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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갈래 – 시
문학의 갈래 – 시
비교과통합센터2018-07-09

1. 시의 개념

 

‘시’란 간단히 말해 자신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 및 생각을 운율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나타낸 문학 형태이다.

한국어로 보통 시라고 할 때에는 그 형식적 측면을 주로 가리켜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시작품(詩作品:poem)을 말할 경우와, 그 작품이 주는 예술적 감동의 내실(內實)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정(詩情) 내지 시적 요소(詩的要素:poetry)를 말할 경우가 있다. 전자는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통합된 언어의 울림 ·리듬 ·하모니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의한 이미지 ·시각(視覺) 등 회화적 요소에 의해 독자의 감각이나 감정에 호소하고 또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깊은 감명을 던져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학작품의 일종으로, 거기에서는 언어의 정동적(情動的)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언어의 배열과 구성(構成)이 요구된다. 후자에 관해서는 시작품뿐만 아니라 소설 ·희곡 등의 문학작품으로부터 미술 ·음악 ·영화 ·건축 등의 예술작품, 더 넓혀서 자연이나 인사(人事) ·사회현상 속까지 그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2. 시의 갈래

 

 

시의 갈래는 내용에 따라, 형태에 따라 각각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내용에 따라서는 서사시, 서정시, 극시로 나뉘며, 시인의 주관적인 정서가 잘 느껴지는 시가 서정시, 신과 영웅, 역사적인 사건 등을 소재로 하여 마치 웅장한 이야기처럼 길게 쓴 시가 서사시, 연극 대본처럼 대화 등으로 표현하는 시가 극시이다.

형태에 따라서는 산문시, 자유시, 정형시로 나뉜다. 정형시는 시조처럼 글자 수 등 형식이 정해진 시를 말하고, 자유시는 형식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쓴 시이다. 산문시는 자유시보다 더 파격적인데, 연과 행의 구분도 없이 줄글로 쓴 시를 말한다.

시의 갈래를 알면 기본적인 특성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각 시가 어떤 갈래에 속하는지 알아야 한다.

 

① 서정시 : 개인의 주관적인 체험이나 느낌, 감정 등을 담은 시

‘서정(抒情)’이란 ‘감정을 펼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시인의 감성과 정서를 드러낸 시를 서정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자도 시인이 느꼈던 감동과 체험을 상상하며 읽으면 잘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현대시는 서정시에 속한다.

다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라고 알려진 〈황조가〉이다. 고구려의 제2대 왕이자 주몽의 아들인 유리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외로운 이내 몸은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

 

유리왕, 〈황조가〉

 

② 서사시 : 영웅적인 인물들이나 신들의 이야기, 역사적 사건 등을 웅장하게 엮어낸 시.

‘서사(敍事)’란,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은 것을 뜻한다. 서사시는 영웅의 일대기나 위대한 업적, 역사적인 사건 등을 소재로 쓴 시이다. 신화적인 이야기도 서사시로 만들어지며 대체로 아주 길고 웅장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양의 대표적인 서사시로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그리스 영웅들과 신들의 활약을 담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사시로는 고려시대 때 이규보가 지은 〈동명왕기〉가 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 곧 동명왕의 일대기와 건국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서사시이다.

현대에 지어진 서사시로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과 신동엽의 〈금강〉 등이 있다. 전체 72장 930여 행으로 되어 있는 〈국경의 밤〉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두만강 근처 국경 지대에 살던 ‘순이’라는 여성의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말하고 있다. 〈금강〉은 무려 4800여 행으로 되어 있는데, 동학농민운동부터 3·1운동, 4·19혁명을 하나로 연결하여 민중의 저항 정신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③ 극시 : 연극 대본과 같이 극의 형식을 가진 시.

‘극시’에서 ‘극(劇)’이란 등장인물들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예술 작품을 말한다.

고대에는 연극을 할 때 그 대사가 전부 시로 쓰였는데, 산문 형식이 등장하면서 극시가 희곡으로 변하게 되었다.

 

④ 정형시 : 시의 구조나 시구, 또는 리듬에 있어서 정해진 형식의 제약을 받는 시.

정형시는 형식과 틀이 정해져 있는 시를 뜻한다. 글자 수에 규칙을 주는 경우, 같은 소리가 나는 글자를 시구의 첫머리나 끝머리에 되풀이하여 쓰는 경우, 글자의 수를 일률적으로 맞추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제한을 둘 수 있다.

정형시의 규칙은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며 각각의 대표적인 정형시가 있는데, 한국의 시조, 중국의 율시, 일본의 하이쿠, 서양의 소네트 등이야.

율시는 중국의 전통적인 한시로 총 여덟 구로 되어 있으며 두 구씩 짝을 이룬다. 한 구가 다섯 자면 오언율시, 일곱 자면 칠언율시라고 한다. 하이쿠는 5·7·5의 3구 총 17자로 되어 있는 아주 짧은 시이며, 소네트는 14행으로 되어 있다.

시조는 고려 중기에 싹이 터 말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한국의 대표적인 정형시이다. 조선시대에는 평민부터 왕까지 두루 창작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오늘날까지 창작되고 있으니 가히 ‘국민 문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1920년대부터 지어진 시조를 현대시조라고 한다.

시조는 기본적으로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6구 45자 내외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은 4음보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기본 형태를 갖춘 시조를 평시조라고 한다. 두 개 이상의 평시조가 하나의 제목으로 엮어져 있으면 연시조라고 하며 평시조에서 초장, 중장 중 어느 한 구가 길어지면 엇시조, 초장과 중장 모두 제한 없이 두 구 이상 길어지면 사설시조라고 한다. 엇시조와 사설시조는 모두 조선 후기에 창작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사설시조는 서민들이 많이 창작하였다. 다음은 사설시조 중 한 편이다.

 

논밭 갈아 김 매고 베잠방이 대님쳐 신들매고

낫 갈아 허리에 차고 도끼 벼려 둘러메고 무림산중 들어가서 삭정이 마른 섶을 베고 잘라서 지게에 짊어 지팡이 받쳐 놓고 샘을 찾아가서 점심 도시락 비우고 곰방대를 톡톡 떨어 잎담배 피워 물고 콧노래 조올다가,

석양이 재 넘어갈 제 어깨를 추스르며 긴 소리 짧은 소리 하며 어이 갈꼬 하더라.

 

형식이 꽤 파격적임을 볼 수 있다. 초장, 중장, 종장 모두 글자 수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고 대책 없이 길다. 지은이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여유와 흥을 잃지 않고 있는 걸로 보아 농사꾼인 것 같다.

그런데 모든 시조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아무리 글자 수를 늘여도 된다고 할지라도 종장의 첫 음보는 반드시 3음절의 글자 수를 지켜야 한다. 〈단심가〉의 ‘임향한’과 ‘논밭 갈아~’로 시작하는 사설시조의 ‘석양이’가 모두 세 글자로 같다. 이건 어떤 시조라도 꼭 지켜야 하는 형식이다.

 

⑥ 현대시조 : 1919년 전후부터 오늘날까지 창작되고 있는 시조.

오늘날에도 시조가 창작되고 있는데, 이를 현대시조라고 한다. 현대어를 사용하여 현대의 감각과 생활을 표현하며, 각 작품마다 제목이 붙는다는 특징이 있다. 현대시조는 대체로 평시조의 형식을 따르지만 시행을 배열할 때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 초장, 중장, 종장으로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음보나 구를 하나의 시행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다음 〈둑방길〉(유재영 지음)을 읽어 보자.

 

어린 염소 / 등 가려운 / 여우비도 / 지났다. //

목이 긴 / 메아리가 / 자맥질을 / 하는 곳 //

마알간 / 꽃대궁들이 / 물빛으로 / 흔들리고. //

부리 긴 / 물총새가 / 느낌표로 / 물고 가는 //

피라미 / 은빛 비린내 / 문득 번진 / 둑방길 //

어머니 / 마른 손 같은 / 조팝꽃이 / 한창이다. //

 

유재영, 〈둑방길〉

 

비 개인 둑방길의 맑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매우 생생하게 그려낸 시조이다. 각 음보를 한 시행으로 배열하여 각 장을 하나의 연처럼 보이도록 했다. 1연은 초장, 2연은 중장, 3연은 종장이다. 4연부터 6연까지도 각각 초장, 중장, 종장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시조는 두 개의 평시조가 연결된 연시조라고 할 수 있다.

3연의 ‘마알간’과 6연의 ‘어머니’를 보면 종장의 첫 음보가 3음절이어야 하는 형식을 지키고 있다. 특히 ‘마알간’은 세 글자를 지키기 위해 표준어가 아닌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는 시적 허용에 해당한다.

 

⑦ 자유시 :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쓴 시.

현대에 창작이 되는 대부분의 시는 자유시이다. 자유시는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말 그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쓴 시이다. 모든 건 시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 꼭 지켜야 하는 글자 수도 없고, 연과 행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자기가 쓰고 싶은 시어들을 자유롭게 배열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10년대 이후부터 자유시가 창작되었다. 주요한, 김억 등의 시인이 자유시 탄생에 많은 기여를 했는데, 특히 주요한의 〈불놀이〉라는 시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4월 초파일의 불놀이를 소재로 임을 잃은 슬픔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⑧ 산문시 : 산문의 형태로 된 시.

산문시는 자유시보다 더 파격적이다. 자유시는 그래도 시행의 구분이 있는데, 산문시는 없다. 그냥 줄글로 되어 있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꼭 산문 같으며 연으로 나뉜 게 아니라 문단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런데 반복해서 읽어 보면 시를 시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운율’이 느껴진다. 다음은 서정주의 〈신부〉라는 산문시이다.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 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서정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