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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갈래 – 소설
문학의 갈래 – 소설
비교과통합센터2018-07-16

개념

우리나라에는 소설이라는 명칭이 이규보(李奎報)의 《백운소설(白雲小說)》에서 처음 비롯되지만, 대개 패관문학(稗官文學) · 패설(稗說) · 패사(稗史) · 야승(野乘) · 수필 등의 포괄적이고 보잘것없는 속설로 인식되어왔으며, 그 존재의미 자체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가 개화기에 이르러 량치차오(梁啓超)의 소설관의 수용 등으로 이러한 소설관에 변화가 두드러지게 일어나게 되고, 소설의 사회적인 효용성이 강조되게 되었다. 그러나 인식론에 있어 비록 그 평가가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고는 할지라도, ‘외물편’이나 ‘예문지’에 나타나고 있는 설명은 소설의 원형으로서의 의미를 적지않게 암시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 소설이란 곧 허구(虛構)라는 개념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꾸민다[飾]’나 ‘만든다[所造]’라는 말 가운데서 이미 꾸며지는 허구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소설가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패관’은 역사를 엄정한 사실에 근거하여 기록하는 사가(史家)인 태사공(太史公)에 비해서는 허구의 인간이며, 사가이기보다는 일종의 작가인 것이다.

 

이는 우리의 기록인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에 밝힌 양성지(梁誠之)의 서(序)에, “패관소설은 유자(儒者)들이 문장을 가지고 우스개소리를 만들되, 넓은 지식을 펴기 위해서나 혹은 심심풀이를 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라는 설명에서도 시사되고 있다. 사가인 태사공은 사실의 주물숭배를 중시할 수밖에 없지만, 작가에 가까운 ‘패사씨’ 나 ‘외사씨’는 사실을 토대로 하면서도, 서사적으로 꾸미고 변형하고 윤색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과 일어날 수 있는 것을 이용하는 역사와 소설의 상동성과 상이성이 연유된다. 요컨대, 사가인 사씨(史氏)나 태사씨(太史氏)와는 달리 패관은 소설가의 원형이다. 둘째, 가담항어 또는 도청도설 및 잔총소어라는 의미는 경서(經書)나 사기(史記) 등에 비하여, 비록 세속적이고 천박하기는 할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인간의 삶의 현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성을 그만큼 존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소설과 맥락이 이어져있다.

 

소설이란 현실적인 삶을 재현하는 서사문학인 것이다. 또한, 우리는 전통적으로 소설을 ‘이야기’라 일컫고 또 소설책을 ‘이야기책’이라고 일컫는다. 이런 인식 속에서도 역시 두개의 뜻이 내재되어 있는데, 서사성과 허구성이 곧 그것이다. 서사성이란 사건의 서술이라는 뜻이며, 허구성이란 사실의 전달과는 달리 상상력에 의하여 사실인 것처럼 꾸민 것임을 뜻한다. 이야기란 사실의 재현일 수도 있지만, 흔히 ‘옛날 어느 곳에’라든가 ‘호랑이 담배필 적에’라는 허구적인 시간의 원점을 그 발단부분에서 요하고 있다. 이는 이야기 발단의 시간적 정식성이라고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허구화인 서사적 기본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제장치를 전제로 한 이야기의 내용은 발언 주체의 자아원점(自我原點)이라는 거리가 먼 꾸며진 말, 이른바 ‘비현실적 발언’이다.

 

한편, 오늘날에 있어서 소설이라고 하면 흔히 영어의 ‘노블(novel)’을 연상한다. 이는 바로 중세의 서사문학인 ‘로맨스(romance)’에 대한 대립개념어이다. 중세문학인 로맨스는 보통 황당무계한 모험과 연대를 다루는 전기적(傳奇的) 이야기로서, 현실유리의 환상적인 귀족문학이다. 이에 비하여 그에 대항하는 상업시민계층의 문학인 노블은 사회적인 탈을 쓴 현실적 인간의 성격과 사회적 현실과 사건을 가차없이 관찰하고 이 양자를 결합하고 거기에서 하나의 세계상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의 소설이라는 말의 개념 속에는 패관문학 · 이야기책 · 근대적인 노블 등을 포괄하기도 하지만, 다소 협의적으로 보면 현실의 삶을 대신하는 인물과 행동 및 인간관계가 다소의 복잡성을 띤 구성 속에서 극적으로 제시된 산문적 서술의 허구적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 개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소설은 서사문학, 즉 이야기의 문학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전개되는 구성적인 이야기이다. 둘째, 소설의 이야기는 허구의 이야기다. 작가는 실제의 인생에 대한 관찰에서 그 소재를 끌어오지만, 그의 의도와 상상력에 따라 새롭게 선택하고 창조, 형성하기 때문에, 가공적인 허구의 이야기이다. 셋째, 소설의 이야기는 삶에 관련된 현실성을 가진다. 흔히 소설을 인간의 서사시라고 일컫는다. 넷째, 소설은 서술의 문학이므로 서술자를 필수적으로 가진다. 다섯째, 소설은 작가의 사상 · 인생관 · 사회관이 나타나는 문학양식이다.

 

장르

이야기의 예술 또는 문학으로서의 소설은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그 장르적인 본질에 있어서 서사문학 또는 서술의 문학이다. 즉, 어떤 일정한 제시적 사건의 전개를 서술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의 하나이다. 서사문학이란 주관적인 감정의 상태를 표출하는 서정문학과는 달리, 사건을 객관적인 대상으로 서술하면서도 작중인물의 대화를 통하여 사건을 제시하는 극문학의 경우와는 달리, 한 사람의 서술자를 통하여 제시하는 문학이다. 따라서 서사문학의 원형이란 서사적인 내용인 사건, 서술자 및 청중이라는 삼위일체의 관계를 반드시 요하는 문학이다. 이러한 이야기의 발화(發話)를 위한 상위일체 관계를 흔히 ‘서사적 근본상황’, 또는 ‘서술의 근원상황’이라고 일컫는다.

 

<천일야화> · <데카메론>, 박지원(朴趾源)의 <옥갑야화(玉匣夜話)>, 김동인의(金東仁)의 <배따라기> 등과 같은 이른바 ‘액자소설’은 이러한 이야기의 근원상황을 그대로 작품으로 제시한 것이다. 사건의 서술방법은 주로 보고적인 요약 및 장면적인 묘사 등으로 이루어지며, 서술의 시제적 형식(時制的形式)은 보통 과거형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과거적인 시제이긴 하나 서사문학에 있어서는 특유한 관조적 체험형식으로 현재성을 지닌다. 또한, 서술자의 중개를 요하고 또 서술은 일인칭형식과 삼인칭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전자의 형식은 서정문학에 더 접근된 것으로서, 사건이 원칙적으로 작가 자신에 의하여 견문, 체험된 것처럼 제시되는 데 비하여, 후자의 형식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관찰되고 제시된다. 특히, 후자에 있어서 서사작가는 전지성(全知性)과 제한성의 양면을 가질 수 있다.

 

서사문학의 종류에는 일반적으로 신화 · 전설 · 민담 · 서사시 · 소설 등이 포함되며, 그밖에 일화(逸話) · 희학(戲謔) · 우화(寓話) 등이 있다. 소설은 인물의 행위의 객관적 전개라는 대상성을 중시하는 서사문학이면서도 서사시나 신화와는 일단 구별된다. 서사시와 대비하여 볼 경우, 물론 인물 · 사건 및 장소라는 세가지 구조요소로 이루어진 형태라는 점에 있어서는 동질적이기는 하나, 산문과 운문이라는 외형상의 차이 이외에도 내용면에서 개인에 의한 가공적인 이야기 대 집단적 세계의 이야기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소설이 전설 · 민담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또 신화는 근본적으로 신에 관한 이야기임에 비하여 소설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소설이란 작가의 개체화된 경험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허구의 세계인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밝히고 있듯이 역사는 사실의 기록에서 특정한 시간 · 장소 ·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임에 비하여 문학작품의 사건은 그러한 특정한 것이 아니고, 충분히 있음직한 사건의 기록이다. 이러한 존재할 만한 가능성의 세계인 허구성이 곧 소설의 세계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허구의 세계도 현실세계의 경험이나 사실을 토대로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사실의 재현이기 때문에 사실을 정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설은 그 특성으로 보아 주관적 감동의 표출인 시의 경우처럼 순수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건축과 같이 인물 · 사건 · 장소를 기본구조적 요소로 하는 허구적인 서사문예이다. 즉,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 의하여 사건전개의 완결성을 이루는 허구적인 한 세계의 계획인 것이다.

 

분류와 유형적 범주

소설의 유형을 분류하고 또 이를 범주화하는 데는 일정하고 일관된 분류의 체계와 기준이 요망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그 많은 소설을 객관적으로 타당한 몇 개의 제한된 유형으로 구분화한다는 사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 시대의 것이 아니고 생성과 소멸 또는 변이를 되풀이하는 역사적인 변천의 추이를 전제로 할 경우,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을 함께 포괄하는 유형화란 거의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점에서 어떤 소설의 유형론도 상대적인 틀일 뿐이다. 소설을 분류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길이 · 제재 · 주제 · 형식 · 사조와 경향 등이 그 기준이 되는가 하면, 소설의 각 구성요소, 자아와 세계의 관계, 사회적 신분계층 등이 준거가 되기도 한다. 소설의 종류와 유형은 그 분류의 기준 여하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갈라진다.

 

① 길이의 장단 : 장편소설 · 중편소설 · 단편소설 · 콩트
② 구성성분 : 인물(성격)소설 · 사건소설 · 공간소설
③ 시점 및 서술상황 : 일인칭소설 · 삼인칭소설
④ 공간 또는 배경 : 농촌소설 · 도시소설
⑤ 시간 : 역사소설 · 사회소설 · 세태소설
⑥ 서술자의 변화 : 단일소설 · 액자소설
⑦ 내용 기타 : 풍자소설 · 전쟁소설 · 심리소설 · 성장(교양)소설 · 연대기소설 · 가족사소설 · 정치소설 · 추리소설 및 순수소설 · 대중소설

 

우리 소설의 장르분류도 앞의 일반적 분류에 의하여 나누어질 수가 있지만, 기존 연구의 분류, 특히 고전소설의 분류는 상당히 다양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고전소설은 주로 소재와 내용을 유형분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소설의 유형을 가르는 타당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때로 분류기준의 난조로 인한 중복이나 의식적인 열거의 느낌이 없지 않고, 또 형태론적 분야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 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소설의 장르체계에 있어서는 고전과 현대소설의 유기적인 맥락관계와 변이의 추이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분류의 세분화 못지않게 고전과 현대의 소설을 상호 유기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 및 보다 체계를 갖춘 포괄적인 방법이 요망된다.

 

여기서는 소설의 독자성을 감안, 주로 분류의 근거나 기준을 소설의 서사세계를 이루는 구성요소인 인물 · 사건 · 공간 및 서술자의 기능 등 주제적인 작품내재적 현실성과 경향, 기타에 두고, 주요구분과 각 항의 범주화를 계획하여 보고자 한다. 다만, 분류 이전에 전제되는 사실은 하나의 작품이 어느 한 유형에 해당하는 한계가 결코 절대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유형에만 엄격하게 해당하고 다른 유형에는 전혀 관계되지 않는 사실이란 거의 있을 수 없을 만큼 중복적이라는 점이다. 어느 구성요소도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물(성격) 및 형상의 소설

소설은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서사적인 인간학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이 ‘인간의 서사시’라고 일컬어짐도 그만큼 인간에의 인식과 인간성탐구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물의 성격제시 및 그 인물이 지닌 비범하고 특수한 행위나 현저한 형태를 주로 제시하고 있는 소설을 포괄적으로 일러서 인물소설 또는 형상소설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이 경우 인물이 행동하는 사건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 소설의 구성요소로서의 사건과의 긴밀한 맥락관계를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비범하게 강한 성격이나 해학적이고 익살스럽거나 또는 위장적이거나간에 인물의 현저한 입상화에 주력하거나 그 특수한 성격이 서사내용을 주도해가는 유형의 소설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고대소설은 그 표제나 성격에 있어서 전기적인 일대기의 성격을 가진 까닭에, 크게는 인물형상소설과 사건소설의 복합적 속성을 지닌 점이 많다고 하겠으나, 이러한 유형의 포괄형태로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영웅소설 · 희학소설(戱謔小說) 및 의인소설(擬人小說) · 우화소설이다.

 

영웅소설이란 비범한 인물의 영웅적인 삶을 제시하고 있는 소설이다. 즉, 그 존재 양식으로 보아 자아와 세계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시킬 뿐 아니라, 세계를 자아의 이념 속에 조정하게 된다. 이러한 소설 속의 인물들은 흔들리는 기존가치체제를 복원하거나 또는 개신하는 유형이 있다. <조웅전(趙雄傳)>이나 <유충렬전(劉忠列傳)>이 전자의 경우라면, <홍길동전>은 그 후자에 해당한다. 현대소설에 이르게 되면 인물의 입상화나 성격 또는 유형(전형) 제시의 인물 소설은 지속되고 있으나, 사회와 생의 범속성에 대한 인식 때문에 영웅소설은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개화기의 역사전기문학에 이러한 현상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영웅소설로 <홍길동전> 〮<조웅전> 〮<유충렬전>을 비롯해서 <소대성전(蘇大成傳> 〮<유문성전(柳文成傳> 〮<이순신전> 〮<곽재우전> 〮<임경업전> 등이 있다. 이에도 허구적인 것과 경험적인 것이 양분된다. 희학소설은 영웅소설과는 달리 인간적 장중성보다는 문자 그대로 웃음과 풍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제시를 주로 하는 소설이다.

 

인물의 입상이 평면적이고 또 인물설정이 해학적인 희학(戱謔)의 성격을 지니거나 정상적인 상태보다는 열등하고 우둔하며 불합리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인간의 우둔과 우행을 비탄한다는 점에서 풍자소설도 인물소설이다. 박지원의 <호질> 〮<양반전> 등 일련의 한문소설과 판소리계 소설이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의인 · 우화소설은 동물 또는 비인격적인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여 교육, 풍자하려는 소설이다. 따라서 인물소설로서는 매우 변칙적인 형태의 소설이다. 이러한 인격적 대치의 형태는 고려의 가전체에서 비롯하여 안국선(安國善)의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밖에 신분계층을 근거하여 양반소설 · 평민소설로도 분화된다. 한편, 현대소설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포괄적인 인물현상의 소설유형으로는 농민소설 · 지식인소설 · 심리소설, 기타 성장소설(成長小說) · 예술가소설 등이 있다.

 

사건소설과 그 갈래

사건소설이란 주로 소설의 원초적 형태로서 이야기와 이야기줄거리 또는 사건과 그 구성을 분류의 중심근거로 한 소설이다. 즉, 시간의 연대기적인 진행구성 속에서 사건의 기복과 운명의 시간적 추이를 주로 서술하는 소설이다. 따라서 달리는 행동소설이라고도 일컬을 수 있다. 성격 · 심리의 창조 및 극적인 구성보다는 주인공의 일대기적 전기의 단궤적(單軌的)인 직선구조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소설은 그 성격에 있어서 대부분 사건소설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건의 거듭된 연쇄와 이러한 사건의 행복한 종말이 존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소설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주로 애정소설 · 역사소설, 가문사(家門史) 또는 가족사소설을 들 수 있다.

 

그밖에 현대적 형태로서는 추리소설이 이에 해당된다. 이른바 ‘기봉소설(寄違小說)’ 또는 ‘기봉기연류(奇逢奇緣類)’라는 사건소설에 해당한다. 애정소설이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염정소설(艶情小說) 또는 연애소설이다. 인간 삶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인 남녀간의 애정을 그 제재로 한 것으로서, 시간의 진행경과를 따라서 서사적 경과는 주로 만남-이별-재회와 같은 단위로써 이루어진다. 남녀간의 사랑이 지상에 있어서 삶의 최고가치의 하나로서 받아들여진 관념을 근거로 하는 이 애정소설은 그 시대나 사회의 애정행위의 이상적인 모범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애정소설로서 김시습(金時習)의<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김만중(金萬重)의 <구운몽>, 권필(權鞸)의 <주생전(周生傳>, <춘향전> 〮<숙향전> 〮<숙영낭자전> 〮<백학선전(白鶴仙傳>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등이 있다. 이 가운데에는 양반 귀족부인의 여가를 충족시켜주는 궁정 · 귀족적 감상과 결부된 유형의 것도 있으며, 또 더러는 신분계층을 초월하는 서민적인 유형도 있다. 이러한 애정소설은 신소설을 거처 이광수(李光洙)의 <무정>에 이르면서, 연애와 결혼이 개인의 자유선택의 결과로서까지 진전되게 된 것이다.

 

역사소설이란 역사상의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하면서 역사의 겉옷을 입고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그 본질에 있어서 역사소설은 역사가 아니라 소설이다. 그것은 비록 사실이나 역사적인 소재에 불가피하게 매이기는 할지라도 역사의 미학적 기능화, 즉 문학적인 진실을 구현함에 그 의도가 있을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우의(寓意)의 방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소설의 원초적 내지는 고전적 형태는 사전(史傳)의 한 형태인 경험적인 서사체로서의 열전(列傳)이다. 열전은 비록 역사의 서술이기는 할지라도 과도한 경험주의의 요소보다는 허구적이거나 민담적인 요소가 개재되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의 역사소설은 실록적이고 전기적인 성격을 지니고 나타나게 된 것으로, 전쟁소설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임진록(壬辰錄)>을 비롯하여 <임경업전>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등이 있다. 개화기에 있어서는 장지연(張志淵)의 <애국부인전(愛國夫人傳)> 등이 있으며, 역사소설이 성행한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통적인 야사(野史)의 소설화와 함께 역사소설의 주제적 현대화 성향까지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역사소설로는 이광수의 <마의태자> 〮<단종애사> 〮<이순신> 〮<이차돈의사>, 김동인의 <젊은그들> 〮<운현궁의 봄>, 박종화(朴種和)의 <금삼의 피> 〮<대춘부(待春賦)>, 윤백남(尹白南)의 <흑두건> 〮<대도전>, 현진건(玄鎭健)의 <무영탑> 〮<선화공주> 등이다. 이들은 앞항의 인물소설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가문사소설, 또는 가족사소설이란 가문 또는 가족의 생활을 세대적인 순차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소설로서, 쉽게 말하여 가족의 운명과 역사를 소설로 서술한 것, 즉 세대의 지속을 통하여 한 가족의 융성과 쇠퇴의 반복적인 순환과정을 서술함으로써, 변천하는 사회와 역사와 인간과의 밀접한 상호관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따라서, 변화의 연대기에 어울리게 가족의 계보, 시간의 변천적인 선로, 사고의 구획과 차이, 세대의 교차 등이 그 구성문법으로 제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독자적인 개인보다는 가문적인 단위로서의 개인을 더 문제삼는 전통적인 우리 소설은 그 자체가 이미 가족소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가족소설은 <조씨삼대록(曺氏三代錄)> 〮<임씨삼대록(林氏三代錄)> 〮<소씨삼대록(蘇氏三代錄)> 〮<유씨삼대록(劉氏三代錄)> 등이다. 이들은 모두 가문의 역사를 세대적인 가계사의 지속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사소설의 원천을 이루고 있는 작품들이다. 근대에 이르러 서구소설의 영향과 함께 인간과 사회 및 역사의 관계를 해명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사소설로 출현하게 되었다. 이인직(李人稙)의 <은세계>를 비롯하여 염상섭(廉想涉)의 <삼대>, 채만식(蔡萬植)의 <태평천하>, 안수길(安壽吉)의 <북간도> 등이 가족사소설에 해당되는 작품들이다.

 

추리소설은 탐정소설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하지만, 주어진 결론에 의하여 주어지지 않은 원인을 판단한다는 추리라는 형용사가 붙어 있는 것으로서, 살인과 같은 이야기 서술 및 범죄의 추적과 관계가 깊은 소설이다. 즉, ‘누가 범인인가?’ 및 ‘왜 죽였는가?’ 와 같은 사건해명의 완결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소설이다. 우리 소설의 경우, 이른바 공안소설(公案小說), 즉 재판소설이 이와 비슷하거나 근접한 형태이겠으나, 사건의 발생과 사건 해결의 흥미를 지니게 하는 근대적 추리소설은 신소설 <구의산(九疑山)>을 거쳐 당대에 이르러서야 출현하게 되었다.

 

공간소설과 그 갈래

서사세계의 제3구성요소로서의 공간이란 장소나 배경 또는 환경을 뜻한다. 따라서, 공간소설이란 인간생활의 장소나 공간 또는 환경으로서의 세계가 보다 중시되는 유형의 소설을 일컫는다. 이러한 공간소설의 범주 속에 해당되는 것이 가정소설과 사회소설, 지역적 성격을 띤 농촌소설 및 세태소설과 기타 몽유록소설(夢遊錄小說)등이다. 가정소설이란 일반인들의 가정생활을 다루는 소설이다. 즉, 서사의 공간을 주로 가정내에 두고 그 구성원의 관계나 갈등 등을 중심 사건으로 서술하는 소설이다. 가족사소설이 주로 가족의 세대적인 융성과 소멸의 연대기라고 한다면, 가정소설은 서민문학의 등장 이래 활발하게 출현하게 된 것으로서, 결혼 · 부부애 · 친지관계 및 고부의 갈등 등 가정생활의 양상과 단면을 제시한다.

 

우리의 가족제도는 전통적 대가족제도일 뿐 아니라 부권적이어서 가정문제가 상당한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정문제를 다룬 소설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으나 이들은 대개의 경우 서민들의 감상적인 취향과 영합된 경향을 띠고 있다.

 

대표적인 가정소설로서 <장화홍련전>을 비롯하여 <정을선전(鄭乙善傳)> 〮<김인향전(金仁香傳)>〮<사씨남정기> 〮<옥린몽(玉麟夢)> 〮<어룡전(魚龍傳)> 〮<조생원전(趙生員傳)> 〮<신유복전(申遺腹傳)> 등이 있다. 이들 소설들은 모두가 가족구성원 사이의 관계가 삼각형적인 갈등관계 내지는 계모로 인한 전실자녀의 수난과 비극, 처첩의 갈등과 가족원의 불화 등을 다룸에 있어 일정한 도식성을 지닌다. <홍길동전>은 이러한 가정소설적인 양상에서 사회소설적인 성격으로 확대한 경우라 하겠으며, 개화기의 <치악산>을 비롯한 많은 신소설작품은 비록 가정 외적인 영역을 소설 속에 많이 수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본질의 하나로서 이러한 가정소설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봉건적인 도덕의 굴레에 매인 여성의 비극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소설에 이르게 되면 사회의 구조나 위력이 개인이나 가족에 미치는 영향의 인식을 다루게 된다. 시회소설은 소집단사회인 가정의 영역을 넘어서서 사회의 본성 · 기능 · 제도 등에 주요관심을 두고, 사회조건이나 사회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는 소설이다. 허균의 <홍길동전>은 우리 소설사에 있어서 사회소설의 출발이 되는 작품이다.

 

그밖에도 <전우치전(田禹治傳)>이 있으며, 박지원의 <옥갑야화>에 나오는 허생의 이야기 및 <양반전>이 이에 해당하며, 민담적인 공간의식의 불명확성과 초기 소설의 회상적인 시공시점을 거쳐 현실의 세계에 대한 경험적인 인식이 증대되면서부터 소설의 사회성은 보다 확대되게 되었다. 신소설의 정론성(政論性)은 다분히 신소설을 사회소설적인 연설로 바꾸었으며, 1920년대 이후의 우리 소설은 사회소설의 양상을 지닌 것이 현저하다.

 

농촌소설은 다르게는 농민소설이라고도 일컫는 것으로, 지지적(地誌的)인 공간으로 보아, 농촌을 그 배경으로 할 뿐만 아니라, 향토색 흙과 밀착되어 있는 농민의 삶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전통적인 소설에서는 이러한 유형이 드물지만, 현대소설에 이르게 되어 특히 그 본격적인 출현을 보게 된 유형이다. 현대소설 가운데에서 주요한 농촌소설 또는 농민소설은 이무영(李無影)의 <흙을 그리는 마을> 〮<제1과 제1장> 〮<흙의 노예>, 박영준(朴榮濬)의 <목화씨 뿌릴때>, 이광수의 <흙>, 심훈(沈薰)의 <상록수>, 기타 김유정(金裕貞)의 <동백꽃>, 김정한(金廷漢)의 <사하촌(寺下村)> 들이 있다. 도시소설은 농촌소설과는 다르게 그 배경공간을 도시에 두고 있는 소설로서, 도시의 삶의 조건이 지니고 있는 특유한 삶의 양식, 즉 도시성을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다.

 

따라서 이는 현대소설의 유형적인 양식에 해당한다. 우리의 현대소설사에서는 모더니즘의 경향이 성행하던 1930년대에 있어서 이와같은 양상이 적지 않게 나타났지만, 보다 도시소설로서 본격적인 형태의 정립은 최근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세태소설은 일명 풍속소설이라고도 일컫는 것으로, 한 시대 한 사회의 유행 · 취미 · 풍속 · 기호 · 사회적 관습 · 생활양식을 묘사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근대적인 사실주의 이래 나타난 것으로 우리 문학의 경우 1930년대에 박태원(朴泰遠)의 <천변풍경(川邊風景)> 등이 해당된다.

 

물론, 그 원류를 따지면 소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패사에까지 소급할 수 있다. 패사, 즉 가담항어가 곧 풍속의 묘사이기 때문이다. 몽유록소설은 앞에 든 다른 공간적인 소설과는 달리 장소나 환경 · 지역 등의 지지적인 공간에서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꿈의 세계를 소설에서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형태의 공간소설 유형이다. 말하자면 현실의 세계 속에 꿈의 세계를 포함시킴으로써 액자소설과 우의의 성격을 지닌 것이다. 전설인 《삼국유사》 소재 ‘조신(調信)의 꿈’에서 그 내재적 원형을 찾을 수 있거니와 김만중의 <구운몽>, 원호(元昊)의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 및 김시습의 《금오신화》, 그리고 <대관재몽유록(大觀齋夢遊錄)> 〮<운영전(雲英傳)(수성궁몽유록)>, 유원표(劉元杓)의 <몽견제갈량(夢見諸葛亮)>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서술상황으로 본 소설의 갈래

소설은 서술의 문학이다. 따라서, 소설은 다른 장르의 문학과는 달리 서술자의 역할과 기능을 필요로 하는 문학이다. 서술자의 기능과 역할, 즉 서술의 시점을 근거로 할 경우, 소설이 크게 일인칭소설과 삼인칭소설로 구분되는 것은 하나의 일반론이다. 일인칭소설은 그 서술자가 체험의 재생 · 고백 · 변증을 하거나 관찰의 목격자적 기능을 한다. 자전소설(自傳小說) · 서간체소설(書簡體小說) · 일기체소설(日記體小說)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옛 소설에서 이러한 일인칭소설의 형태로 일관된 작품은 뚜렷하지가 않다. <운영전>의 내부 이야기가 일인칭으로 서술되었다든가, <한중록(恨中錄)> 등에서 그와 같은 요소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또, 서간과 일기도 부분적으로 소설 속에 삽입, 포함되기는 하지만, 단독형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소설의 단계로 넘어오면서부터, 구체적으로 1920년대 이후 많은 일인칭소설이 활발하게 출현하게 되었다. 삼인칭소설은 서술자가 소설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전지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와 서술자가 완전히 물러서버린 경우가 있다.

 

고전소설은 그 서술태도에 있어서 대개가 전자에 해당한다. 한편, 현대소설의 서술태도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우세한 편이다. 이는 객관묘사의 미적처리가 중시된 결과일 것이다. 하나의 소설이 일인칭으로 서술되든 또는 삼인칭으로 서술되든 작품 전편이 일관된 어느 하나의 시점을 택하면 그것은 구성유형으로 보아서 단일소설이다. 이와 다른 유형의 하나로서 액자소설이라는 형태가 있다. 즉, 외부의 이야기 틀 속에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내부의 이야기를 내포하는 서술유형의 소설로서, 여기서는 서술자의 이동과 변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액자의 틀은 작품의 앞뒤에 붙기가 보통이지만, 내부 이야기 속에 단속적으로 또는 중첩적으로 개입되는 형태도 있다. 이러한 액자소설의 종류로는 순환적액자소설 · 단일액자소설 · 목적액자소설 · 인증액자소설 · 폐쇄액자소설 · 개방액자소설 등이 있다. 고전소설 가운데에서 액자소설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김시습의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운영전>, 박지원의 <호질> 〮<옥갑야화> 등이 있으며, 이른바 몽유록소설도 서술유형상으로 보면 액자소설의 특수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신소설로서 대표적인 것은 <화중화(話中話)>가 있고, 현대소설로는 김동인의 <배따라기>를 비롯하여 현진건의 <고향>, 김동리의 <무녀도(巫女圖)>, 이청준(李清俊)의 <줄> 등이 있다.

 

그밖에도 소설의 유형이 달리 분류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즉, 구조유형의 분류에 있어서 문학장르적 판정을 근거로 하면, 소설은 사건의 보고적인 서술로 이루어지는 서사적 결속의 소설이 있고, 극적 긴장의 소설이 있으며 서정적인 소설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삶에 대한 태도의 의미로 볼 경우, 해학적 소설과 비극적 소설로 양분화될 수도 있으며, 동기적인 근거로 보아 성격소설과 운명소설로서 분화될 수도 있다. 전자의 변종은 전형소설이며 후자의 변종은 사회성이 강조되는 사회소설이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감성’과 ‘감각’을 근거로 ‘남성적 소설(roman picaresque)’과 ‘여성적 소설(roman courtoise)’로 양분할 수도 있으며, 기타 문예사조 중심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한국소설의 특질

한국소설의 특질에 대하여 조윤제(趙潤濟)는 《국문학개설(國文學槪說)》에서 전기적(傳記的) 〮가정적 · 권징적(勸懲的) 〮호종적(好終的) 〮운명적(運命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정주동(鄭鉒東)은 《고대소설론(古代小說論)》에서 이상세계의 동경, 권선징악성, 삼교사상(三敎思想)의 혼합, 골계성, 저항의식, 공식적 형식 등 6개의 항목으로 열거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그 대상을 고전소설에 두고 한 것이지만, 특질 해명의 암시성과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여기에서는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을 모두 그 대상의 영역으로 삼아 우리나라 소설의 여러 특질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전기적인 단궤의 직선구조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대부분의 소설은 그 표제나 제명부터가 ‘전(傳)’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그만큼 소설의 서술구조가 주인공의 일생의 일대기, 즉 전기적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실제적인 현상에 있어서도 전기적인 서술로 이루어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서사적인 진행이 역전(逆轉)보다는 순진의 직선적인 구성 내지 일화적인 사건과 사건의 직선적인 연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 진행의 다궤적 복잡성이나 극적인 긴장의 구성이 강화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또한 시간의 범위가 탄생에서 죽음까지 길게 확장되어 있으며, 그래서 이른바 ‘서술하는 시간’에 비하여 ‘서술된 시간’이 길며 시간의 도약이 심한 것이다.
  2. 소설의 심미적인 가치보다는 교훈주의적인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결국 다시 말하자면 권징적인 관념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인물의 제시나 입상화 및 사건의 구성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즉, 생을 질서와 혼돈 내지는 선과 악의 격렬한 이원론적인 대립으로 본 나머지 인물도 사실적이거나 개성적으로 묘사, 창조되기보다는 흑백적인 선악의 전형성으로만 양극화하는 경향이 짙으며, 구성에 있어서도 권선징악의 관념이 강조된 나머지 사건이 아무리 우여곡절을 겪었다 할지라도 종국에 가서는 선의 정당성으로 귀결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연계의 구성을 초월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며, 이에 다시 서술자의 주권적인 논평이 미적 거리를 무시하고 서사세계에 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의 결말도 비극적인 좌절보다는 행복한 완결의 결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3. 해학과 그로테스크리얼리즘의 성향이다. 우리나라의 소설은 감성의 농후한 국면을 지니고 있어서 눈물도 많지만, 동시에 웃음의 해학성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민중 내지 서민문학으로서의 판소리계 소설에 있어서는 비속화 · 전도 · 욕설 · 과장 · 부실예찬 · 기상천외적 비유 · 재담을 포함한 언어유희 및 입씸 좋고 수다스러운 열거의 모든 방법에 의하여 해학성을 유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의하여 규범이나 공식적인 문화 및 권위가 희극적으로 전락하고, 오히려 일상의 비속한 가치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긴장된 삶의 해소라는 정신적인 완화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만, 그러한 웃음 속에는 긴장된 삶으로부터의 자기갱신적인 의미 이외에도 현실비판의 강한 리얼리즘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러한 현실의 비판의식은 현대적인 리얼리즘과 다소 구별되는 그로테스크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이다.
  4. 삶이나 세계의 인식에 있어서 수동적인 운명론의 사고방식이 지적될 수 있다. 물론, 과거 일련의 영웅소설등에 있어서는 주인공의 운명이 비록 아무리 파란만장할지라도 끝내는 그 운명이 능동적으로 극복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은 그들이 마주친 운명적인 위력 앞에서 이를 능동적으로 타개하는 삶의 자세를 가지기보다는 그렇게 주어진 운명을 거역하지 않고, 숙명으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수동적으로 이에 이끌리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운명의 타개는 자신에 의하여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타력에 의한 것이다.
  5. 전통의 창조적인 계승이나 재조정보다는 외향적인 수용성을 더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는 특히 현대소설의 경우이다. 물론, 이에는 계승하여야 할 전통적인 요소의 허약성 내지는 무관심도 문제이겠지만, 근대 이후 서구문학의 수용이나 영향에 의하여 현대소설이 생성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구문예사조의 수용이 소설의 기법이나 시학을 변혁시키는 일에 적지않게 반영된 것은 간과될 수만은 없는 것이다.
  6.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소설의 시학 내지는 표현론적 관심보다는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문제에 귀결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 점은 결국 우리나라의 현대소설은 소설의 시대적 기능 내지는 메시지전달의 성격을 많이 가진다는 지적이다. 이에는 물론 일제침략시대라는 특수환경에서 소설의 창작이 수행되어야 했던 정신사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성의 굴절화와 함께 문학의 문학다움의 독자성을 위한 표현적인 실험성이나, 또는 문학의 초시대성 또한 결코 외면되어서는 안 될 문제이다. 그 밖에도 우리 현대소설의 특수성은 단편소설로서 그 주류를 이루는 것도 지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