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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뭘 쓰지?
자기소개서 뭘 쓰지?
비교과통합센터2018-07-24

자기소개서 쓰는 법

“도대체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3 기말고사를 마치고 대학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이런 막막함을 안고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기소개서 첨삭’을 의뢰하기 바쁘다.
오는 9월10일부터 14일까지 2019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진행된다. 지난 7월22일 기준으로 수시모집까지 남은 기간은 50일. 올해 수시에서는 4년제 대학 전체 모집 정원인 34만8834명의 약 76.2%에 해당하는 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역대 최대 선발 규모다.
김진훈 숭의여고 진로교육부장(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은 “아무래도 수시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6번의 기회에 집중해야 대학 간다는 교실 분위기에 마음이 불안해진다. 한데 학종 합격을 위해 현재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바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라며 “자소서는 면접의 밑 자료가 되는 등 중요도가 높은 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서류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 이아무개 입학사정관은 “지원한 학생들의 고교생활 면면이 녹아있는 게 자소서다. 입학사정관들 사이에서는 ‘자소서 먼저 보고 학생부 본다’고 할 정도로 주요 입시 자료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자소서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글이다
자소서는 말 그대로 ‘나를 소개하는 문서’다. 많이들 실수하는 게 ‘소개’에만 방점 찍고 자소서를 쓰는 경우다. 교육컨설팅기관 ‘성장과 이음’의 다림 컨설턴트는 “자소서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글이다. 대학에서 자소서를 통해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지’ 파악하는 게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자소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공통문항(1~3번)과 대학별로 다른 자율 문항(4번)으로 구성돼 있다. 공통문항 가운데 1번은 ‘고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2번은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활동(3개 이내)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십시오.(1500자 이내)’, 3번은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각 문항 사이 공통점은 바로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하라’는 것이다.

학생부부터 제대로 숙지하자
자소서 쓰기 전 고교 생활 3년 동안의 교과학습·동아리·수상경력 등이 적혀있는 자신의 학생부부터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말 그대로 ‘공부하듯이’ 학생부 내용 이모저모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림 교육컨설턴트는 “의외로 학생들이 본인 학생부 내용을 잘 모른다. 학생부에 선생님이 기술해준 학업역량 등 내용과 단어 맥락 등을 자세히 톺아보면서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리더십이 있다’, ‘배려심이 깊다’ 등 서술 내용을 빈 종이에 따로 빼서 학년별로 적어보는 겁니다. 리더십, 배려심 등 교사의 코멘트 속 열쇳말을 뼈대삼아 그 아래 구체적인 근거로써 동아리·봉사 활동 등 내용을 적어보세요. 한눈에 보이는 자소서 밑그림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자소서 1번 문항은 학업 역량을 증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고교 시절 들었던 수업 내용 가운데 학생이 대학에서 희망하는 전공과 연관이 높은 과목 내용으로 기술하는 것이 좋다. 전공 관련 과목의 점수 및 학업성취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경우를 가장 좋게 본다. 이때 초기에 다소 성적이 낮았던 이유 등을 솔직하게 적은 뒤 자신만의 공부법과 노하우를 통해 극복해온 과정 등을 기술하면 된다.
고교 입학 때와 대입을 앞둔 현재의 진로가 달라진 경우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고1때 언론정보학과를 지망하다가 고3 올라와 경제학, 통계학 등으로 진로가 바뀐 경우, 자소서에 진로 변경 전후의 맥락과 자신의 역량을 잘 연계해 쓸 필요가 있다. 김진훈 교사는 “고교 생활 중 진로를 바꾸는 건 절대 흠이 아니다. 다만, 바뀐 꿈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역량 중심으로 솔직하게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 직군에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력과 경제학 전공 뒤 금융 컨설턴트로 일할 때 필요한 역량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점을 학생부에 근거해 녹여낼 필요가 있겠지요.”
자소서 2번 문항의 경우 자신의 동아리 활동 중심으로 써내면 전공적합성을 잘 보여줄 수 있다. 김 교사는 “1번이 학업역량이라면 2번은 활동역량 파트다. 봉사, 학생회 활동, 교내 대회 등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느꼈는지 집중적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부를 살펴보면서 ‘심리학 동아리 연구팀장’, ‘마을도서관 책 읽기 봉사’ 등의 기재사항을 뽑아낸 뒤 자소서에서 강조하고 싶은 단어에 동그라미 표시를 먼저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심리학 동아리 연구팀장’에서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분야가 ‘연구’라면 자소서 1번 항목에 연구 과정을 기획해본 경험 등을 녹여내고, ‘심리학 동아리’에 방점 찍는다면 교내활동을 적는 2번 항목에 동아리 활동 히스토리를 서술하는 것이다.
대학은 3번 문항을 통해 학생이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는지를 본다. 배려와 협동 등 공동체 의식과 대인관계 능력을 보는 항목이다. 김선욱 서울고 교사(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는 “거창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기 주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생각해본 뒤 조금은 거칠더라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미담 사례를 억지로 만들어 쓰려고 하지 마세요. 자소서를 기반으로 면접까지 보게 될 텐데, 입학사정관 등 입시 전문가들은 ‘지어낸 이야기’를 바로 알아봅니다.”
김 교사는 “3번은 배려와 나눔 등 인성 관련 항목이다. 고교 때 리더 경험을 했다면 협력과 갈등 관리 사례를 적기에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희망대학 누리집 및 전공 커리큘럼 등을 꼭 살펴보세요. 특히 대학 인재상을 비롯해 관련 기사, 교육 목표 등을 읽어보면 그곳의 인재상이 보일 텐데요. 인재상과 연관지어 본인이 적합한 인물임을 자소서에 담아내는 것을 권합니다.”
5단계로 나눠보면 쓰기 쉽다
문항당 1000자가 넘어가는 자소서의 첫 문장 쓰기가 부담스럽다면 다섯 단계로 나눠 써보자. 위에서 말한 ‘내 학생부 공부하기’가 바로 1단계(수집)다. 2단계(구상)는 학생부 내용과 교사 코멘트 가운데 핵심 열쇳말들을 찾아 빈 종이에 적어보는 것이다. 문항별 역량 기준을 정리하고 문단의 큰 틀을 잡는 게 3단계(개요)다. 지원 동기, 동아리 안에서의 역할과 학습 노력의 결과, 느낀 점 등을 구체적으로 써보는 게 4단계(쓰기)다. 마지막 5단계는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다듬어보는 ’수정’ 단계다. 다림 교육컨설턴트는 “자소서 작성할 때 본인이 읽었던 책 내용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다. 유튜브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교육방송(EBS) 다큐 프라임’ 등 프로그램 내용, 세계 석학들의 테드(TED) 강연을 활용하는 것도 상당히 좋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전공 관련 관심도를 보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소서는 학생부에서 한 줄로 언급된 수상경력 및 동아리 활동 등의 경계를 확장하면서 쓴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마지막 4번 자율문항은 대학마다 질문 내용이 다르다. 대체로 지원 동기와 향후 학업 및 진로 계획을 쓰는 칸이다.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의 4번 문항은 ‘고교 재학 기간(또는 최근 3년 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라’이다. 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 등의 경우 4번 문항을 ‘지원 동기와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으로 간소화했다. 대학별로 4번 자율 문항을 폐지한 곳(순천향대, 한국교통대 등)도 있지만 ‘자유 기술’을 5번 문항으로 추가한 학교(카이스트)도 있어, 희망 대학 누리집을 통해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진훈 교사는 “자소서는 고교 시절 동안의 활동이 ‘글’이라는 뚜렷한 결과물로 나와야 하는 것이기에 문장 작성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오해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자소서를 구체적으로 쓰라는 게 ‘불필요한 사연’까지 구구절절 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발명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우 자신의 동기와 고민이 해결된 과정 등 자신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간 이야기를 써야겠지요. 자소서 작성법 다섯 단계 가운데 2단계 ‘핵심 열쇳말’ 꼽는 과정을 꼭 거칠 것을 추천합니다.”
자소서를 완성한 뒤에는 수정 및 탈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신을 잘 아는 담임교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좋고, 직접 쓴 원고를 소리내 읽고 녹음해 들어보는 것도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법이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edui.com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54542.html?_fr=mt3#csidxc6b8530857d45768d68d4388398f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