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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갈래 – 희곡
문학의 갈래 – 희곡
비교과통합센터2018-07-30

<희곡>

1. 개념 및 정의

 

1) 문학의 한 장르
희곡(戱曲, drama)은 시와 소설, 비평(批評)과 함께 문학(文學, literature)의 대표적인 장르 중 하나로서, 특히 무대 공연을 위해 쓰인 대본을 가리킨다. ‘희곡’이라는 용어 자체는 연극(演劇, theater)과 희곡을 동시에 의미하는 ‘드라마(drama)’의 번역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공연 텍스트가 아닌 언어 텍스트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戱曲’이라는 한자어는 원래 중국 원나라 시대(元代) 잡희(雜戱)의 가곡(歌曲)을 일컫는 용어에서 유래하였다. 중국문학(literatura China)을 대표하는 ‘曲’은 산곡(散曲)과 희곡(戱曲)으로 나누어졌는데, 산곡이 시가문학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었다면 희곡은 가무희(歌舞戱)나 가무극(歌舞劇)의 전통에 속한 것이었다.

 

2) 연극의 구성 요소
희곡은 독립적인 문학의 장르이기 이전에 연극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희곡 자체는 궁극적으로 연극 공연을 전제로 쓰인 것임과 동시에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레제드라마(lesedrama)라고 하여 공연이 아닌 읽기를 목적으로 쓰인 희곡도 있으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극작가(playwright)’라는 용어가 바퀴 만드는 사람(wheelwright)이나, 조선공(shipwright)처럼 ‘연극 만드는 사람(playbuilder)’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희곡은 필연적으로 연출가나 배우들에 의해 다양하고 창조적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2. 희곡의 구성요소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BC 322)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자신의 『시학』 제6장에서 비극의 구성요소를 논하면서 플롯(plot)과 등장인물(character), 언어(language), 주제(theme), 음악(music), 스펙터클(spectacle) 등의 여섯 가지라고 보았다. 이는 오늘날 희곡/공연의 구성요소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1) 플롯
일반적으로 시작과 중간과 끝을 가지고 있는 사건들의 조직된 배열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plot)이야말로 비극의 목표이자 제일 원칙, 영혼(soul)이라고 강조했다.
 
2) 등장인물(character)
‘character’는 통상 등장인물로 번역되지만, 엄밀히 말해 극중 인물들의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기질(氣質)을 말한다. 따라서 ‘character’는 무대 위 배우의 몸과 목소리를 통해서만 관객 앞에 비로소 구체화되는 것이다.
 
3) 언어(language)
희곡의 언어는 다른 문학 장르와 마찬가지로 문어(文語)로 쓰여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무대 위에서 말해지는 언어, 즉 ‘구어(口語)’라는 점에서 다른 문학 장르와 다르다. 희곡의 모두(冒頭)에 나와 있는 등장인물이나 무대에 대한 해설, 지문은 궁극적으로 무대 위에서 말해지지 않는다. 다만 연출가나 배우, 무대미술가들을 위한 지침을 제공할 뿐이다. 무대 위에서 말해지는 것은 오직 등장인물들의 언어로, 구체적으로 말해 대화와 독백, 방백이다. 독백과 방백은 일종의 무대적 관습에 속한다.
 
① 대화(對話, dialogue): 두 명 이상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말
② 독백(獨白, monologue): 한 사람의 등장인물에 의해 혼잣말처럼 다소 길게 말해지는 것
③ 방백(傍白, aside): 옆에 있는 사람이 들리지 않고 관객에게만 들리는 것처럼 말해지는 것
 
4) 주제(theme)
주제는 연극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생각, 그 의미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희곡/연극의 주제는 애초부터 극작가에 의해 고안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소설 장르와 달리 작가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결여되어 있는 희곡/연극의 경우 주제는 사실상 특정한 등장인물(주로 주인공)이나 극작가의 사상으로 단순히 환원(還元) 되기 어렵다. 그보다 작품의 주제는 무대 위에서 각각의 다른 층위의 생각과 의미를 지니고 발화된다. 또한 여러 등장인물들의 대사들 및 그 대사들의 투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관객에 의해 구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5) 음악(music)과 스펙터클(spectacle)
음악과 스펙터클은 특히 무대적 요소이다. 음악은 장면의 분위기(mood)를 조성하며, 특히 관객의 감정에 호소한다. 스펙터클은 말 그대로 시각적인 장치로서, 무대장치뿐만 아니라 의상과 가면 등을 모두 포괄한다.

 

3. 희곡의 구조
희곡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플롯의 형식에 따라 구분되며, 그 기본적인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있다.
 
1) 클라이맥스적 구조
가장 잘 알려진 ‘발전-전개-위기-절정-결말’의 순서로 구성된 클라이맥스적 구조는 고전 희곡과 근대 희곡에서 주로 보인다. 극행동이 전개됨에 따라 등장인물들은 점점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면서 점차 위기와 반전을 향해 나아가며, 절정과 함께 서둘러 끝나는 결말을 갖는다. 이 속에서 클라이맥스적 구조는 주로 사건의 인과적인 배열로 구성된다. 대표적인 작품의 예로는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오이디푸스왕』과 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의 『인형의 집』 및 『유령』 등을 들 수 있다.

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BC 406)

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 1828~1906)

 
 

2) 삽화적 구조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다른 에피소드로 연결되는 삽화적 구조는 등장인물들이 일종의 여정을 통해 최종적인 행동과 그 여정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등장인물은 클라이맥스적 구조에서처럼 등장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어쩔 수 없는 위치에 내몰리거나 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행동의 가능성들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등장인물들에게 열려 있다. 그 대표적으로 중세극이나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

 
3) 상황적 구조
1950년대 부조리 작품에서는 플롯이나 사건의 배열이 아닌 상황이 연극을 만들었다. 상황은 일반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며, 오히려 계속 순환된다. 예컨대 사뮈엘 바클레이 베케트(Samuel Barclay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두 명의 부랑자는 결코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린다. 또한,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의 『대머리 여가수』에서 남편과 아내는 일상적인 일과를 보내며 의미 없는 상투적인 말들을 주고받는다.

사뮈엘 바클레이 베케트(Samuel Barclay Beckett, 1906~1989)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 1909~1994)

 

4. 희곡의 형식들

희곡/연극의 본질적인 형식은 인간의 경험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따라서 비극과 희극, 멜로드라마 등과 같은 용어는 단지 작품의 결말에 따라 희곡/연극을 분류하는 방식이 아니라, 극작가가 삶을 인지하는 방식에 따른 것이다.

 
1) 비극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성격이 선한 사람(the good man, the superior man)의 몰락에 관한 ··· 행동의 모방으로 ··· 그의 불행은 악의나 비행이 아니라 실수나 성격적 경험에 의해 발생해야 하며 ··· 연민과 공포를 일으켜 이들의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사건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때 ‘선한 사람’이란 보통 사람보다 도덕적으로, 지적으로, 신분적으로 뛰어난 사람, 즉 영웅(hero, heroine)을 말한다.

비극은 인간의 잘못 가능성에 대한 하나의 특정한 진술이다. 인간의 경험에 대한 비극적 비전은 인간은 약하면서도 강하고, 굴욕적이니 패배를 당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초월적 위대함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오이디푸스왕』이나 『햄릿』 등과 같은 비극들에서 극작가들은 세계의 불공정함과 사악함, 고통을 보여주며, 비극적 영웅들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이와 맞서 싸운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과 불가피한 패배, 그리고 패배를 직면하며 거두는 개인의 승리를 목격한다.
 
2) 희극
비극과 대조적으로 희극의 주인공은 보통 사람보다 못하다는 의미에서의 ‘악인(the bad man, the inferior man)’이다. 따라서 그들의 희극적 행동은 종종 우리에게 감성이나 선한 풍속, 융통성, 절제, 인내, 사회성 같은 이성적 가치에서 벗어난 엉뚱한 등장인물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무절제를 보여준다. 희극에서 일탈은 날카롭게 조롱되는데, 그것은 결혼이나 가족과 같은 존중받는 사회적 구조가 일탈로 위협당하고 파괴되기 때문이다. 희극 작가는 인간 행동의 온전한 정신과 이성, 절제를 요구함으로써 사회가 그 구성원들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잘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 희극에서의 사회는 융통성 없고 비정상적인 태도에 의해 발생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계속 존속된다. 거의 모든 희극의 끝 부분에서 삶의 흐름은 일반적으로 결혼이나 춤, 또는 대립 세력의 조화와 화해를 축하하는 연회로 상징화된다.
 
3) 멜로드라마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혼합 형식인 멜로드라마는 음악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멜로스(melos)’에서 유래되었다. 처음 멜로드라마는 음악과 드라마의 혼합으로 음악을 배경으로 하여 대사가 말해졌다. 이 용어를 현대적 의미에서 처음 도입한 사람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였으며, 그는 1772년에 대사와 음악이 함께 행동으로 연결되는 서정적 연극인 자신의 작품 『피스말리온』에 멜로드라마라는 명칭을 붙였다.

하지만 19세기에 이 용어는 음악은 없지만 몰인정한 악당에 의해 일상적으로 야기되는 진지한 행동의 연극에 널리 사용되었다. 멜로드라마의 등장인물은 명백하게 이원화(二元化)되어 있으며(동정적이거나 몰인정하거나), 악당의 멸망이 행복한 결말을 가져온다.

멜로드라마는 일반적으로 죽음이나 파괴로 몰아가는 환경과 그 환경에서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구출되는 주인공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영화 음악에서처럼 음악은 점점 임박하는 재난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멜로드라마적인 관점에서 삶을 바라볼 때 인간은 분화되지 않고 통합된 존재이다. 즉, 인간은 일반적으로 적대적인 세계 속에서 내적인 갈등이 아닌 외적 갈등을 참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들이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함에 따라 승리나 패배의 결과를 낳는다. 멜로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갈등에서 승리하거나 패배한다. 즉, 햄릿이 패배함으로써 승리한다는 것과 같은 복합적이거나 모호한 결론은 없다.
 
4) 소극
소극은 일종의 상황의 희극이다. 소극에서 얼굴에 덮어쓴 파이와 때리기, 신분의 오해, 바나나 껍질 위에서 미끄러지기(상황에서 발생한 과장된 신체적 활동) 등은 희극이 전통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사회적 가치를 대신한다. 소극 작가는 삶을 기계적이고 공격적이며 우연적인 것으로 제시한다. 또한, 하나의 단순한 상황을 외양적으로 끝없이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에릭 벤틀리(Eric Bentley)가 말했던 것과 같이 “소극의 심리학(心理學, psychology)”은 우리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바람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죗값을 치르지 않고도 실현될 특별한 기회이다. 드라마 형식으로서의 소극은 (다치지 않는) 폭력, (책임질 결과가 없는) 간통, (보복당하지 않는) 잔인성, 그리고 (모험 없는) 공격 등의 환상세계로 우리를 무자비하게 내던진다.

 

5. 한국 근대 희곡의 등장

 

우리나라에서 희곡이나 연극, 각본 등의 용어가 등장하여, 오늘날의 ‘드라마’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10년 전후이다. 이두현은 1908년 원각사에서 공연된 이인직의 『은세계』가 신파극(新派劇)으로 공연된 우리나라 최초의 신극(新劇)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후 유민영은 『은세계』가 창극 형식으로 공연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현대 희곡사는 임성구의 『혁신단』 신파극이 처음 시작된 1911년부터 시작된다고 보았다.

1910년대는 신파극의 시대였다. 당시 국내외에서 공연된 일본 신파(新派)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정해진 각본 없이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대사나 줄거리를 꾸며나가는 방식의 ‘구찌다테(口立て)’를 통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오늘날 희곡의 형식으로 남아 있는 신파극은 없다. 하지만 당시의 신파극은 대부분 멜로드라마적인 구조를 하고 있었으며, 연기 역시 일본 신파의 영향을 받아 멜로드라마 특유의 과장적인 것이었다. 신파극의 이러한 점은 1920년대 전후, 특히 근대극의 수립을 목표로 하는 신극 운동가들에 의해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1910년대 지면으로 발표된 희곡으로는 조일재의 『병자삼인(病者三人, 1912)』과 이광수의 『규한(閨恨, 1917)』, 윤백남의 『국경, 1918』과 『운명, 1921』, 최승만의 『황혼, 1919』 등이 있다.

조일재의 『병자삼인』은 전형적인 희극 형식으로 쓰인 작품으로서, 한동안 최초의 근대 희곡으로 알려졌으나 얼마 전 일본 작품의 번안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이광수의 『규한』이 최초의 근대 희곡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단막극 형식의 『규한』은 공연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다만 희곡의 형식으로만 쓰인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윤백남의 『운명』은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던 사진결혼을 소재로 한다는 점, 그리고 갈돕회 등의 소인극 단체에 의해 빈번히 공연되어 큰 공감을 받았다는 점에서 연극사적인 의의가 크다. 연극계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이광수와 달리 윤백남은 1910년대 초반 신파극 운동에 앞장섰던 연극인이기도 했다.

 

6. 주요 용어 및 관련 직업군

 

1) 주요 용어
• 희극의 구성요소: 플롯(plot), 등장인물(character), 언어(language), 주제(theme), 음악(music), 스펙터클(spectacle) 이 여섯 가지 요소들이 희극을 구성하고 있다.

• 클라이맥스적 구조: 고전 희곡과 근대 희곡에서 주로 보이는 클라이맥스적 구조는 발전-전개-위기-절정-결말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 삽화적 구조: 등장인물들이 일종의 여정을 통해 최종적인 행동과 그 여정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으로 에피소드에서 다른 에피소드로 연결되게 구성되어 있다.

 

2) 관련 직업군
• 대학 교수
• 드라마, 연극, 방송작가
• 소설가
• 평론가

 

출처 – 학문명백과 : 인문학, 형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