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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다면
작가가 되고 싶다면
비교과통합센터2018-10-10

작가 되려면 비문학적인 것을 함께 해라

독한 시간대를 보내는 최고의 방법은 ‘독서’와 ‘걷기’라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니체는 “걷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은 의심하라”고 했다. 굳이 그 말 때문은 아니지만, 걷기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물론 하긴 하지만, 다른 작가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다독은 잘 안 한다. 새로운 책들을 일부러 찾아서 읽는 것보다 신뢰하는 책을 한 번 더 읽는 스타일이다.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보다 내가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걸으면서 더 생각해보는 걸 좀 더 신뢰한다. 걸을 때 생각이 제일 많이 떠오른다. 섬이 좁으니까 계속 같은 길을 걷고 있다.

 

20년 넘게 전업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원고를 쓰다가 날밤을 샌 적이 없다. 마감 펑크는 딱 한 번 있었다고 책에 썼더라.

그것도 날짜 계산을 잘못한 거다. 달을 착각했다. 나는 약속 지키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이라서, 마감이 있으면 언제든 준비를 하고 있다. 원고를 일찌감치 쓰고 최대한 볼 수 있을 때까지 본다. 하여간 볼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읽어보고 정확히 마감날에 맞춰서 원고를 준다.

 

무작정 글 쓰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나.

질문 정도에 따라서 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단, 막연히 쓰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안 써도 되면 쓰지 않고 살아라”라고 한다. 대개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글쓰기의 좌표나 지점이 어느 정도인지. 그냥 글쓰기의 생활화처럼 당신의 삶을 기록해가고 그것을 정리하는 정도의 글쓰기라고 생각하는지, 작가를 목표로 하는지. 그것에 따라 답이 많이 달라진다.

 

작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의 경우는 어떤가.

일단 프로페셔널이 중요하다. 거기에 맞춰서 혹독하게 연습을 해야 한다. 독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책에도 썼지만 비문학적인 것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소설만 읽고 문학 관련 책만 읽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반대의 것을 해야 한다. 나는 천체물리학을 추천한다. 씨름선수 이만기 씨가 계속 씨름판을 평정했을 때 어느 인터뷰에서 “저녁 시간에는 주로 뭐하시나요?”라는 질문에 “탁구를 친다”고 했다. 100kg 이상을 들어올리는 씨름선수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공, 2.7g에 불과한 탁구공을 친다는 거다. 이 기사를 보고 ‘이 사람 정말 똑똑하구나’ 감탄했다. 요즘 컴퓨터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컴퓨터 앞에 8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면 남은 시간에는 뒷산을 천천히 걷는 게 좋다. 반대되는 일을 해야 너무 외골수에 빠지지 않고 중화할 수 있다.

 

작가지망생들에게 또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필사를 많이 하라는 거다. 가장 닮고 싶은 작가의 작품들을 필사하고, “왜 이 작가는 이렇게 썼나”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왜 이 작가가 이 정도에서 문장을 끝내고 그 다음에 이런 길이의 문장을 넣었는지. 이게 눈에 확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렵다. 그 전까지는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다.

 

보는 눈도 있어야 하지 않나.

전반적으로 작가들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에는 눈이 안 가고,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눈길이 간다. 그런 디테일을 보는 눈은 물론 있어야 한다. 작가들은 보통 “넌 어떻게 그런 걸 기억하고 있니?” 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어릴 때는 엉뚱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예술가적 기질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러더라.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

소설 쓸 때의 원칙을 기대했는데, 책에 언급한 것은 ‘이야기할 때’의 원칙이다. “새로운 의미나 정보, 웃음. 그 외는 다물고 있자.” (297쪽)고 했는데, 이거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원칙이라고 여길 정도다. 많이 질린 거다. 내가 술꾼이다 보니 사람들하고 많이 어울리고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장면을 엄청 많이 경험했다. 그게 얼마나 괴로운가. 사람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일이 나도 알고 있는 말로 나를 가르치려 하는 거다. 그거 너무 괴롭다. 그래서 원칙을 세웠다. 새로운 정보나 의미가 있을 때만 말을 하는데, 그게 자주 있지는 않지 않은가. 또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웃기는 이야기가 아니면 입을 다물자. 백 퍼센트 다 지키진 못하지만 그걸 원칙으로 한다.

출처 http://ch.yes24.com/Article/View/28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