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첫문장이 매력적인 소설들~
첫문장이 매력적인 소설들~
비교과통합센터2019-01-02

첫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웃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책을 추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워낙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첫 문장이 매력적인 책들을 추천합니다.

이 첫 문장으로 통하지 않으면 차라리 다른 책을 읽으라는 마음도 있고,

한편으로는 이 책만큼은 믿을 수 있고 추천할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이 있으니까요. (네, 그래요. 제가 무지 좋아하는 책을 추천하는 겁니다^^)

이참에 그 책들을, 아니 그 책의 첫 문장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쌀쌀한 가을입니다. 이 문장과 통했다면, 서점에서 더 이상 방황하지 않으실 수 있을 겁니다.

 

 

 

 

 

  1.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패트릭 모디아노)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트와 헤어지는 순간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위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립탐정이 사진 하나 갖고 자신의 기억을 찾는다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실상 자아를 찾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 모습은 이렇게도 매력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저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과 함께 이 책을 제가 읽은 프랑스 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고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추천합니다.

 

 

 

  1.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눈이 오는 날이면 <설국>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저 문장이 떠오릅니다.

굉장히 아름답게 풍경을 묘사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요.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니!)

<설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이자

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소설로 불리는 작품입니다. 플롯은 딱히 없습니다.

묘사가 서정적이고 예뻐요. 눈 쌓인 온천 마을, 설산, 내연 모를 아름다운 여인,

게이샤 등의 이미지가 공감각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는 소설인 것이지요.

 

 

 

  1.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전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명문장이죠. 안나 카레니나와 브론스키 커플을 포함해 서로 다른 세 커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이토록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넘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저 문장에서부터 짜릿한 사회소설이자 여운을 남기는 사랑소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읽고 또 읽어 아예 외웠습니다. 고전 중에서 가장 절묘한 첫문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1. 기다림 (하 진)

 

 

“매년 여름 쿵린은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이혼하기 위해 집에 돌아가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지?

궁금증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요.

저 문장에서 세 명의 기구한 인연이, 가슴 시린 그리움이,

먹먹하게 만드는 여운이 만들어지리라는 것을.

하 진의 <기다림>하면 저 문장이 자꾸 생각납니다.

기묘한 강렬함에 다시금, 마음이 흔들립니다. (결국 또 저는 <기다림>을 펼치고 마는 것이겠죠.)

 

 

 

 

  1.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잊힌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려간 그 새벽을 기억한다. 1945년 여름의 첫 날들은 흩날렸고, 우리는 잿빛 하늘에 사로잡힌 바로셀로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놀라운 미스터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잊힌 책들의 묘지’라고 일컬어지는 그곳, 자신만의 책을 고를 수 있는,

극적인 미스터리의 시작은 바로셀로나의 새벽 거리에서 만들어집니다.

책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바람의 그림자>는 만찬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책에 대한 아름다운 오마주를 시작으로 신비로우면서도 짜릿한 미스터리를 배경 삼아

강렬한 사랑을 펼쳐 보이는데 그 맛이 진정 다채롭죠.

극적인 감동에 이르는 그 결말은 어떻습니까. 강렬하죠.

소설의 시작이든 끝이든, 완벽에 다다른 것입니다.

 

 

 

  1.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최제훈)

 

 

“자, 이야기를 해봐. 잠이 들지 않도록.”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하는

기묘한 미스터리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첫 문장은 소설의 감동처럼 쉽게 잊혀 지지 않습는다.

잠이 들지 않도록 이야기를 해보라니? 상당히 여러 가지 궁금증을 일으키는데,

소설은 그 궁금증을 무색하지 않게 무지개빛깔 이야기를 마구 퍼뜨려냅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누가 잠이 들 수 있을지요. 없을 것 같군요. 재밌고 또 재밌으니까요.

 

 

 

 

  1. 칼의 노래 (김훈)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러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어디선가 김훈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와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를 두고 굉장히 고민했다고 합니다.

조사 하나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나아가 소설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김훈의 문장이 그토록 뛰어난 건,

소설이 극찬을 받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칼의 노래>는 그렇게 탄생을 한 것이죠.

문득,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그분이 이 책을 많이 이야기하셨는데… 우리 마음에도 꽃이 피기를 바랍니다.

 

 

 

 

  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두 남녀는 비행기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지지만 곧 헤어닙니다.

자신들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윽고 너무나 평범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알랭 드 보통은 그러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참으로 세련되고 묘사하는데,

아, 역시 그 모든 건 저 문장으로 시작하고 저 문장에 닿아있습니다.

소설인지 철학책인지 종종 헷갈리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마음을 휘어잡고 마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첫 문장부터 잊혀 지지 않아요. 나와 모두의 이야기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첫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들|작성자 럭쎄스

출처 :http://www.cyworld.com/mh9222

 

[출처] 첫 문장이 매력적인 소설들|작성자 럭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