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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위기관리의 수사학
78. 위기관리의 수사학
비교과통합센터2014-06-02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사과의 원칙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다. 국민이 겪은 충격과 유가족이 느꼈을 참척(慘慽)의 슬픔은 수습 과정의 미숙함으로 인해 분노로 번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노를 “한 사람이나 그 주변인들이 부당하게 경멸당했을 때 갖게 되는 고통을 동반하는 복수의 갈망”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분노의 대상으로 원인 제공자, 무관심한 자, 상황을 비웃는 자를 지목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세월호 참사로 부당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연민의 고통과 수습 주체에 대한 혐오’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는 주체인 셈이다. 그런데 분노의 대상이 여론에 떠밀려 변명을 일삼는다면 ‘복수의 갈망’은 어떻게 될까?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발언을 두 건을 살펴보자. 하나는 대통령의 발언이고, 다른 하나는 모 대학 K 전 교수의 SNS 글이다. 대통령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K 전 교수는 유가족 혐오 발언으로 인해 논란을 불렀다. 사과는 원인 제공자가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하는 자세로 대책을 강구’하자고 하고 K 전 교수는 사직서 제출을 통해 논란을 종결지으려 한다. 슬픔에 빠진 이에게 잘못된 사과는 분노의 파토스를 일으킨다. 난국 타계가 목적이었으나 수습보다 분노 폭발의 스위치를 누른 셈이 됐다.

 

“대통령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려면 첫째 솔직하고, 둘째 진실해야 하며, 셋째 반성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놓쳐서는 안 될 하나는 자신을 그 사안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주간의 얘기다.

 

 

▲ 위기관리의 수사학

사례로 든 두 건의 사과가 오히려 분노를 불러온 것은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사과할 것이 없는데 여론에 의해 사과하게 될 경우, 이러한 결과가 야기된다.

 

분노 관리는 인류가 모여 살기 시작한 때부터 고민의 주제였다. 베노이트는 분노의 단계별 대처법을 부인(否認)’, ‘자기입지 강화’, ‘부분인정’, ‘굴욕’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부인’은 자신은 책임질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자기입지 강화’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긍정적인 행위를 연상하게 하여 방어한다. ‘부분 인정’은 자신의 행위가 강요에 의한 비자발적인 것이었음을 부각시킨다. ‘굴욕’을 무조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비자발적 사과의 경우 ‘부인’과 ‘자기입지 강화’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여론의 추이에 따라 ‘부분인정’, 혹은 ‘굴욕’ 전략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과는 상호간의 신뢰가 중요한 의사소통이어서 처음부터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에 따라 사과의 진의가 다르게 전달된다.

사과는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이 아니다. 이것은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반성하고 그 과정을 낱낱이 밝히는 성찰의 고백이다. 대통령은 ‘과거로부터 쌓인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한스럽다.’는 식으로 과거 정권에 책임을 전가 하는 것보다 행정수반으로서 책임을 통감해야 했다. K 전 교수는 논란의 빌미가 된 발언의 잘못을 따지고 이에 대해 ‘반성’을 해야 했다. 사과는 반성과 이해의 상호작용이 용서를 낳는 화해의 교감이자, 상생의 의사소통이기 때문이다.

 

▲ 참조: 강태완, 『설득의 원리』, 페가수스, 2010.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