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얼마나 바르게 쓰고 계신가요?
간단한 메모부터 중요한 보고서까지, 우리의 생활 한 편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과제가 바로 글쓰기입니다.
대학 입시를 위한 논술문, 학점을 받기 위한 리포트,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등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생은 글쓰기의 여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바른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무기입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이 이런 하소연을 했다고 합니다.
“신입 사원들이 쉬운 보고서 한 장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다.”
모든 지식과 생각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기본 도구인 글, 여러분은 얼마나 잘 쓰고 계신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글이 바르게 쓴 글일까요?
감동적인 글은 많아도 어법에 맞는 글은 귀합니다.
지금까지 작가의 글, 교과서의 작품, 신문 기사가 모범 문장의 역할을 해왔지만, 이런 글에서도 수많은 오류가 발견되죠.
작가, 출판사, 언론사, 학교의 책임이 큽니다.
대중적인 작가 만들기에 급급한 문학과 인문학의 상업적 풍토가 비문을 낳았다고 할 수 있어요.
글쓴이의 진심과 보편적 진실이 담겨 있는 글을 일컬어 ‘명문(名文)’ 이라고 하지요.
명문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감동을 줍니다.
명문이 되려면 어법에도 맞아야 합니다.
문체는 글쓴이의 자유 영역이지만 어법은 약속입니다.
글이란 조각 작품처럼 균형 잡혀 있어야 하고, 건축물처럼 정교해야 하며, 음악처럼 리드미컬해야 합니다.
이음매 하나, 바늘땀 하나 보이지 않는 옷처럼 깔끔해야 합니다.
좋은 글에는 군더더기나 미사여구가 없어도 글맛이 감돌아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여러분께, 글쓰기 달인이 되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일곱 가지 법칙을 알려드릴게요.
첫째, 주어와 서술어의 행방을 찾아라!
ex) 교토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사찰이 13곳, 신사가 3곳, 성이 1곳으로 모두 17곳이나 된다.
–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편 3』 중에서
→ 교토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곳은 사찰 13곳, 신사 3곳, 성 1곳 등 모두 17곳이나 된다.
☞ 예문에는 주어가 없다. 또 격 조사 ‘으로’가 부자연스럽게 사용되어 모호한 문장이 되었다.
무엇이 17곳이나 되는지도 모르겠다.
공통분모는 ‘교토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이 공통분모를 주어로 내세워야 한다.
문장이 엉키면 해당 서술어의 주어가 무엇인지, 또 전체 문장의 주어는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주어는 서술어와 호응해야 한다!
ex) 이 나라 강산을 사랑하는 문학의 큰 별께서 고히 잠드소서.
→ 이 나라 강산을 사랑하신 문학의 큰 별께서 고이 잠드시다.
→ 이 나라 강산을 사랑하신 문학의 큰 별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 이명박 대통령이 고 박경리 빈소에 남긴 방명록의 글이다.
시제도, 맞춤법도, 주술 호응도 모두 맞지 않다.
대통령을 지낸 이도 비문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무심코 비문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우리나라 글쓰기의 현주소인 것 같아 씁쓸하다.
웃을 일이 아니다.
글을 잘 못 쓰면 일도 잘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셋째, 접속어를 남용하지 말라!
ex) 문학은 예술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한다면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글쓰기는 아름다움의 모색으로부터 출발한다.
–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중에서
→ 문학은 글쓰기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예술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글을 쓸 때는 아름다움을 모색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우리말에는 그 뜻 속에 접속어의 의미가 내포된 경우가 많다.
문장과 문장은 접속어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문맥. 리듬, 논리 전개 등으로 연결된다.
문장과 문장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접속어가 필요 없다.
지시어나 이미 언급된 어구가 나올 때는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주격 조사나 목적격 조사 역할을 하는 보조사 ‘은, 는’이 올 때도 접속사를 사용하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이미 문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접속어를 집어넣는다면, 그건 군더더기다.
흔히 문장의 앞뒤를 논리적으로 연결할 자신이 없을 때 접속어를 사용한다.
넷째, 공통적으로 연결되는 어구에 유의하라!
ex) 내 글과 강연과 토론을 즐겨 보는 분들은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들 한다.
그건 아마도 세상 보는 눈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
– 유시민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에서
→ 내 글을 자주 읽고 강연하거나 토론하는 모습을 즐겨 보는 분들은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들 말한다.
세상 보는 눈이 비슷해서 (그들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 “내 글과 강연과 토론”은 ‘즐겨 본다’와 연결된다.
‘강연과 토론을 즐겨 본다’는 말이 되지만 ‘내 글을 즐겨 본다’는 어색하다.
이 문장에서는 “날카로운 논리”를 찾아볼 수 없다.
“날카로운 논리로 상대방의 허점을 들추어내면서 자기주장을 펴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방의 허점만을 들추어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관적인 자화자찬은 읽는 사람이 거북해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그건 아마도 세상 보는 눈이 비슷해서 그럴 것이다.”에서 ‘그건 아마도’는 쓸모없는 표현이다.
‘그건’은 ‘그럴’과 의미상 중복되고 ‘아마도’는 ‘-ㄹ 것이다’와 의미상 중복된다.
논리를 떠나 군더더기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다섯째, 이중 피동형과 중복 표현을 삼가라!
ex) 나는 교육 대학을 중퇴한 경력의 소유자다. 만약 제대로 졸업을 했더라면 이 선생으로 불리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중퇴를 하는 바람에 시골 초등학교 분교의 고용인으로 취직을 해서 이씨라는 호칭으로 불리어지고 있었다.
–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중에서
→ 나는 교육 대학을 중퇴했다. 만약 제대로 졸업했다면 이 선생님으로 불렸을 것이다.
중퇴하는 바람에 시골 초등학교 분교에 취직했을 때 이씨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 ‘불리어지다’는 이중 피동이므로 ‘불리다’로 바꾸었다.
‘그러나’는 불필요해서 생략했고 ‘나는’이라는 주어는 중복되어서 삭제했다.
‘졸업하다’라는 동사가 엄연히 있는데, 왜 ‘졸업을 하다’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취직했기 때문에 이씨로 불린 게 아니라 취직했을 때 이씨로 불렸다.
그래서 “취직을 해서”는 ‘취직했을 때’로 고쳤다.
여섯째, 대조되는 요소는 대구를 이루어야 한다
ex) 천왕문을 지나면 곧바로 경내, 오른쪽으로는 허름한 슬라브집 요사채가 궁색해 보이지만
정면에 보이는 정면 3칸의 맞배지붕 주심포집이 그렇게 아담하고 의젓하게 보일 수가 없다.
–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남도답사 일번지)』 중에서
→ 천왕문을 지나면 곧바로 경내에 들어서게 된다. 오른쪽으로는 허름한 슬래브 집 요사채가 보인다.
정면에는 3칸의 맞배지붕 주심포집이 자리 잡고 있다.
궁색한 요사채와는 달리 그렇게 아담하고 의젓하게 보일 수가 없다.
☞ 무위사에 접어들 때의 모습을 묘사한 문장이다. 이 문장은 쓰다 만 느낌을 준다.
‘경내,’는 ‘경내에 들어서게 된다’로 고쳤다.
‘오른쪽으로는’과 대구를 이루려면 ‘정면에는’이라는 말이 이어져야 한다.
일곱째, ‘-고’나 ‘-며’ 앞뒤의 문장 구조가 다르면 분리하라!
ex. 그때는 등산객이 드물었고 관악산 계곡에서 신림동으로 흐르는 개천 여기저기에 판잣집이 있었으며 학교에서 신림 사거리로 가는 길은 비포장이었다.
–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중에서
→ 그때는 등산객이 드물었고 관악산 계곡에서 신림동으로 흐르는 개천 주변 여기저기에는 판잣집이 있었다. 학교에서 신림 사거리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 ‘등산객이 드물었다.’ ‘판잣집이 있었다.’ ‘길은 비포장이었다.’ 한 문장에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절이 3개나 있다.
서로 주어가 다르다 보니 읽기에 불편하다. 문장을 분리하기 위해 ‘있었으며’를 ‘있었다’로 고쳤다.
개천에 판잣집이 있으면 수상 가옥이 된다. ‘개천 주변에’ 판잣집이 있었을 것이다.
‘길=비포장’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포장도로’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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