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소중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스몸비족의 발길을 멈추게 한 한 줄
고개 숙인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왔던 대한민국이 여유를 찾은 걸까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애도일까요?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그렇습니다. 게다가 보면서 걷는 묘기까지! 이름 하여 스몸비족!
인도에서는 사람과 부딪히는 수준이지만 차도로 잘못 내려가면 차와 부딪힐 수 있습니다.
참사 예약이죠. 맨홀에 빠지거나 돌부리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눈이 이마에 여분으로 달린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스마트폰에 눈을 봉헌하는 걸까요?
자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등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잠시만 고개를 돌려도 주요 장면이 휙 지나가버릴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는 고민을 합니다.
일례로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에서는 서울시청 뒤편 건널목에 스티커를 부착하여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스몸비족에 대한 금지 표시와 함께 “너와나의 안전을 위한 작은 실천–보행 중 스마트폰 잠시 멈춤”이라는 한 줄이었습니다.
제 기준으로 보면 공공소통연구소의 다른 우수한 작품들에 비해 다소 호소력이 떨어졌습니다. 왜일까요?
아마 연구소 측에서는 길거리라는 환경에서 문자보다 시각적 인지가 더 잘되는 픽토그램을 위주로 하여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픽토그램 내용이나 “보행 중 스마트폰 잠시 멈춤”이라는 한 줄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보며 걷지 마라’는 계도형 메시지였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미 익숙합니다. 단지 그것이 발밑에 잘 보이게 붙어 있다고 해서 관심을 유발하거나 행동을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게 위험하다는 걸 전혀 모르는 사람이 타깃이라면 효과적일 수 있으나
거의 모두가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본다는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잠깐! 또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한 줄은 만능이 아닙니다.
아무리 강력한 한 줄을 붙이더라도 스마트폰에 중독된 이들의 행동을 단번에 변화시키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여기서의 목표는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한 줄’,
‘회자되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한 줄’ 정도로 수위를 낮춰야 합니다.
생명보다 소중한 볼거리는 없습니다는 그런 이유로 만들어본 한 줄입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건 볼거리 때문입니다. 볼거리가 무엇보다 소중하단 이야기죠.
그렇다면 볼거리보다 더 소중한 걸 말해주면 어떨까요? 그게 뭘까요?
연구소에서 만든 스티커에서 이야기했던 ‘안전’일까요? 조금 약하고 식상합니다.
그것보다는 ‘생명’이 좋습니다.
생명을 잃는다면 그렇게 좋아하던 볼거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니까요.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생명이 더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유의미한 한 줄로 변화시켜 보았습니다.
픽토그램을 더한다면 머리 둘레에 오로라 표시가 된 채로 걷는 스몸비족은 어떤가요?
죽은 줄도 모를 정도로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스몸비족을 표현한 것입니다.
살짝 심각했던 한 줄이 픽토그램의 익살 덕분에유쾌해질 수 있습니다.
앞에 설명했던 “길에서 잠들면 영원히 잠들 수 있습니다–곰 인형”의 상관관계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림과 한 줄의 보완관계를 꼭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이런 한 줄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보다 기다리는 가족 얼굴이 최고의 볼거리!” 언뜻 괜찮게 보일 수 있는데 약점이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길거리 스티커로는 조금 맞지 않습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걸 붙이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세금을 쓰는 관공서에서 하면 ‘가족 없다고 무시하냐?’, ‘내 세금 쓰고 1인 가구 무시하냐?’ 같은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1인 가구 버전도 따로 만들어 나누어 붙이거나 날짜를 달리하여 붙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길거리 스티커가 아니라 매체를 달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자면 부모 온라인 커뮤니티 등 타깃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약점은 저렇게만 가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소 불분명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었으면 하단에 보조해주는 한 줄이 더 필요합니다. 당연히 직접적인 한 줄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같은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한 줄은 보조하는 한 줄이 대표하는 한 줄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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