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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포정(庖丁)의 칼 쓰는 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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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통합센터2012-11-3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최초의 학습은 모방이다. 옛사람의 공부는 외우는 것에서 시작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암기에서 시작해서 활용으로 나아가는 것. 글쓰기의 비법 3C를 외워두자. 간결(concise), 정확(correct), 명쾌(clear)다. 무협 영화를 보면 스승은 정도(正道)를 알려준다. 짧은 시간에 비법을 배우려는 조급증 제자에겐 못 견딜 노릇. 글쓰기의 3C를 꾸준히 수련하여 자유자재로 글을 쓸 때가 되어야 하산(?)해도 좋다. 좋은 문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 하산 할 때가 되면 암기한 것을 잊어야 한다. 스스로의 길을 찾는 것이 노하우(knowhow)다. 그러나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터득하기 전에는 기본을 명심하자. ▲ 약도를 그리듯 간결하게 써라. ‘주제’라는 목적지를 찾기 위해선 약도가 필요하다. 글쓰기 약도는 생각의 길 찾기다. 먼저 방향을 정하고(스타일), 구체적인 목표를 표시한 후(목적 제시), 큰 건물 몇 개를 표시한다.(제재 선정) 충분한 정보수집이 선행되어야 불필요한 것을 쳐낼 수 있다. 이것이 글쓰기 비법의 첫 번째 초식인 ‘간결’이다. 서울 지역의 약도의 대부분이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한 것은 방향과 범위를 알리기 위함이다. 간결이란 모든 문장이 주제에 수렴되는 것. 글쓰기 약도는 ‘글을 왜 쓰는가?’라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독자는) 간결하게 그려진 약도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 적재적소에 들어갈 단어는 하나. 일물일어(一物一語)란 하나의 장소에 들어갈 말은 오직 하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적확한 이름이 있다. 그 이름(단어)를 찾아 넣는 것이 좋은 문장이다. 글쓰기의 두 번째 초식은 ‘포정해우(庖丁解牛)’다.『장자』에는 한 번도 칼을 갈지 않는 ‘포정’이란 사람이 등장한다. 수 천 마리의 소를 잡으면서도 포정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그것은 포정이 뼈와 근육 사이의 정확한 지점을 알기 때문이다. 뼈와 힘줄이 얽혀 있는 곳에서 단 하나의 길을 찾아가는 칼처럼 문장에도 정확한 단어를 찾아 써야 한다.
▲ 명쾌하게 써라. 글쓰기 비법의 세 번째 초식은 ‘명쾌’다. 쾌검(快劍)은 한 호흡으로 대나무를 자른다. 글도 속도감 있게 읽혀야 소통이 쉽다. 영어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를 가깝게 쓰는 것도 명쾌한 의미전달을 위해서다.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로 시작하는 프로스트의 시가 생각난다.(주어와 술어의 위치를 보라!) 주어와 술어는 붙어 있어야 소통한다. 그런데 우리말은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수식어가 많이 쓰인다.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수식어가 많을수록 좋은 글이라는 오해도 명쾌한 글쓰기를 방해한다. 주어와 서술어를 ‘애인 사이’라고 생각하자. 애인과의 거리가 멀수록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경험자의 뼈아픈 교훈이다. 날씨가 추워졌다.(주어와 술어를 가깝게 붙이자!) 글쓰기의 3C를 암기하고 활용하자. 누구나 ‘포정의 칼’을 쓰듯 글쓰기의 고수가 될 수 있다. 언젠가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생각할 날이 올 것이다. 꼭.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