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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설득의 언어, 경청(傾聽)의 비밀
51. 설득의 언어, 경청(傾聽)의 비밀
비교과통합센터2012-11-30

 

자정이 넘은 시간, 후보 단일화 TV토론을 보고 있다. 올해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이슈는 단일화의 향방이다. 질문을 주고받는 두 출연자의 목적은 상대보다는 시청자를 향하고 있다. 상대방보다 더 준비되어 있다는 것. 시청 소감은 논객의 결투보다는 신사들의 간담회 같다는 것. 뭔가 2% 아쉬움은 남지만, 자신이 던진 질문의 답변을 듣지 않고 다음 질문거리를 뒤적거리는 천박함이 안 보여서 좋았다.

국어사전에서 설득은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방의 의견을 돌리기 위해선 참을성 있게 ‘여러 가지로’ 깨우쳐야 한다. 우리는 종종 설득의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파생되고 때론 그 과정이 결과를 낳는 것을 본다. 화려한 언변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되 상대의 의견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 합당한 이유를 들어 반박해야 한다. 설득의 지향점은 설복(說伏)이 아닌 이해이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군자난언(君子難言)으로 설득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이윤’은 은나라 탕왕에게 일흔번이나 유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스스로 임금의 요리사가 되어 친해진 다음 설득에 성공했다. 또 아메리카 인디언은 회의를 할 때 막대기를 쥔 사람만 말할 수 있었다. 발언자는 자신의 말이 제대로 전달됐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다음 사람에게 막대기를 넘겼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설득의 핵심 원리인 ‘경청’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경청(傾聽)은 곧 경청(敬聽)이다.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로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헤아려야 설득이 이뤄진다.

설득의 과정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실·현상을 객관적으로 읽어야 하며 핵심을 파악해서 요약하고 명확한 결론을 내야한다. 이때 자주 사용되는 방법은 비교와 대조다. 사물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설명하면 논리적 설득이 가능하다. 이때 일목요연한 그래프와 수치를 제시하면 설득의 효과가 크다. 설득은 결국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설득의 기법 중 ‘말 따라하기’가 있다. 상대의 주장을 잘 듣고 반복하는 단어를 자신의 주장에 활용하면, 거리감이 좁혀지게 되고 결국 상대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다는 것. 경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대의 의견을 활용하여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 4단계 접속어는 ‘왜냐하면’, ‘물론’, ‘그러나’, ‘따라서’ 다. 중심문의 뒷받침 문장으로 위의 접속어를 차례로 적용하면 반론을 수용한 논리적인 글이 완성된다. ‘후보 단일화는 시대적 요구다.’라는 문장의 뒷받침 문장을 완성해 보자. “(왜냐하면) 수구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막아야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후보 단일화가 ‘유권자 선택 박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당후보 스스로 3자 합동토론회 제의에 ‘단일화부터 하고 오라며’ 거부한 바 있다. 또한 소통불능으로 일관한 여당의 재집권을 허락한다면 국민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자유조차 박탈당할 것이다. (따라서) 후보단일화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