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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가을야구와 단락쓰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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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통합센터2014-01-0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가을야구와 단락쓰기 ▲ 초구(初球), 첫 문장이 중요하다.
가을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국내·외의 포스트 시즌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구는 1루, 2루, 3루를 거쳐 베이스로 돌아오는 스포츠다. 서론의 문제 제기가 본론을 거쳐 결론에 와서 처음의 생각을 정리해줘야 한다. 주자(走者)가 길을 잃지 않고 돌아와야 한다는 점에서 야구와 글쓰기의 형식은 닮았다.
야구의 한 회(이닝-Inning)을 단락으로 바꿔 읽어 보자. 야구에서 공격과 수비가 교대하듯 글의 단락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단락은 글쓴이의 생각을 전달하는 문장의 최소 단위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는 글의 단락을 구성하는 문장이다. 큰 경기의 경험이 많은 선수(문장)은 좋은 흐름(구성)을 가져온다. 좋은 문장의 긴밀한 연결처럼 경험 있는 선수들의 집중력은 점수를 낸다.
매 이닝의 초구(初球)는 각 단락의 첫 문장이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듯 중심 생각을 첫 문장에 쓰는 것을 두괄식 구성이라고 한다. 두괄식 구성은 2구(球)와 3구(球)의 뒷받침문장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반복하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다. 미괄식은 중심 생각을 단락의 맨 뒤에 놓는 것이다. 독자(타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설득(유인) 하다가 강하게 주장하고 끝내는 식이다. 미괄식은 독자와의 대결을 즐기는 관록있는 투수(글쟁이)에게 어울린다.
▲ 투구 수가 많으면 위험하다. 야구를 잘 모르는 나도 작전의 흐름은 안다. 1루에 주자가 있으면 번트 사인이 나오고, 투 아웃 이후엔 치고 달리기 작전이다. 좋은 선수(문장)은 감독(글쓴이)의 작전수행 능력이 높다. 좋은 선수(문장)는 팀의 승리를 위해 번트나 희생 플라이를 감수한다. 튀는 문장은 글의 흐름을 끊을 수도 있는 것. 경기의 목적(주제)를 관철하기 위해선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쓰기가 필수적이다. 이것이 좋은 팀(글)의 형식이다.
야구경기에는 몇 개의 공을 던져야 한다는 규칙이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공(문장)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1,000자 이내의 글이라면 대략 25개의 문장으로 구성 된다. 4~5개의 단락으로 구성한다면 한 단락은 대여섯 개의 문장으로 끝내야 한다. 포스트시즌처럼 단기간의 승부(시험)에서 투구수를 ‘챙기는’ 이유다.
글의 서론은 문제를 명시하여 흥미를 유발한다. 선발 투수가 집중력 있는 투구로 목적이나 동기를 분명히 전달하지 못할 경우 경기 초반에 대량 실점할 수 있다. 중간 계투(본론)은 선발 투수가 제기한 문제를 풀어가는 임무를 맡는다. ‘사실 제시, 사례 인용, 반론 제시, 원인 분석’이 그것. 마무리 투수는 ‘돌직구’같은 문장으로 결론을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연장전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
야구는 아침에 집을 나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삶의 은유라 했다. 문득, 인생의 경기에서 나는 몇 회의 마운드를 버티고 있는지 자문한다. 나는 한 해의 마지막 투구를 과연 어떤 모습으로 할 것인가?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