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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상대를 알아야 설득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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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통합센터2014-06-0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상대를 알아야 설득할 수 있다.
▲ 상대의 마음을 알아야 설득할 수 있다. 위나라 사람 상앙은 진나라의 기틀을 세운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다. 그가 진나라 효공에게 찾아가 유세했으나 왕은 졸면서 상앙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두 번째로 만나서 말했으나 왕의 마음은 완전히 기울지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유세를 기화로 진나라 왕은 흡족해하며 상앙을 파격적으로 등용시켰다. 첫 만남에서 상앙을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이라고 비난했던 왕이 ‘무릎이 앞으로 나오는 지도 모르고’ 상앙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유는 무얼까? 세 번의 만남으로 왕의 관심사가 간파됐기 때문이다. 사실 왕은 도덕정치 보다 부국강병에 관심이 있었다. 이후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을 추진하여 제후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다. 사마천은 상앙의 유세를 비판한다. “그가 벼슬을 얻고자 제왕의 도로 유세한 것을 보면 내용이 없고 화려한 말을 늘어놓은 것이지 마음속으로 하려던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사마천, 『사기-상군열전』) 상앙이 처음에 ‘제왕의 도’를 이야기한 것은 왕의 의도를 간파하기 위함이었다는 것. 사실 위나라 사람 상앙은 춘추시대의 패자가 되려는 젊은 왕의 야심만만함을 알고 진나라로 건너갔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속마음을 재확인하기 위해서 하고 싶은 말을 잠시 감추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앙의 태도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궁형의 치욕을 감당했던 사마천에겐 기회주의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 말하려는 바가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진나라는 당시 중국 서쪽의 변두리 국가였다. 상앙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유명한 일화다. 상앙은 3장(약 9미터)의 나무 기둥을 도성의 남문에 세우고 “이것을 북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 십 금(十金)을 준다”고 공포했다. 그러나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별 것 아닌 일에 금 열 냥을 준다니 믿지 않았겠지’ 상앙은 다시 현상금을 오십 금으로 올렸다. 그러자 한 사람이 ‘속는 셈 치고’ 나무 기둥을 옮겼다. 상앙은 즉시 금을 주어 나라에서 백성을 속이지 않음을 증명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 나라가 들끓었다. 상앙은 백성들을 설득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한 셈이다. 글쓰기의 방법 중 예시를 선택하여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려는 방법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되 글 쓰는 방법은 예시라는 가장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전략을 사용하면 된다. 2,300년 전 혼란의 시대를 살아낸 ‘제자백가’들은 정연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 설득의 전문가들이었다. 이들 중 상앙은 상대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자신의 의견전달에 능숙했던 소통의 달인이었다. 상앙의 설득전략은 두 가지였다. 첫째 진나라 효공의 니즈(Need’s)를 파악해서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세 번에 걸쳐 상대의 마음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둘째 자신의 변법을 알리고자 가시적인 예시를 사용했다. 별것도 아닌 일에 현상금을 집행한 것은 ‘돈’이라는 실질적 혜택과 언어의 가치를 연결시키기 위함이었다.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그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그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춘추 전국시대의 사상가들이 왕 앞에서 행한 유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논쟁이었다. 그들은 ‘실패는 곧 죽음’이라는 생각으로 근거를 대어 주장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전달했고, 『사기열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먼 훗날 새로 쓰여질 <열전>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