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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4년 만에 만남?/4년 만의 만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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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통합센터2014-06-03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4년 만에 만남?/4년 만의 만남?
원광대학교가 위치한 호남 지역의 말에서 확인되는 대표적인 형태로 ‘세상으’를 들 수 있다. 물론 중장년층의 발음이다. 그런데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세상의’를 ‘세상의’ 혹은 ‘세상에’라고 발음한다. 사실은 ‘세상에’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표현에서 문제가 생긴다. (1) 가. (일종의 일종에) 봉사 활동이니 나. (4년 만의 4년 만에) 해후 다. (4년 후의 4년 후에) 나의 모습 모두 전자가 맞는 표현이다. ‘A의 B’ 구조가 말이 되려면 일반적으로는 B가 명사여야 한다. 일단 (1가)의 ‘일종에’는 무조건 ‘일종의’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1나)의 ‘4년 만에/4년 만의’, (1다)의 ‘4년 후에/4년 후의’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래 (2), (3)은 모두 맞는 표현일 수 있다. (2) 가. 4년만의 만남 나. 4년 만에 만남 (3) 가. 4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자. 나. 4년 후에 나의 모습을 생각하자. 일반적으로 ‘-에’는 동사와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2가)는 ‘명사+명사’ 구조이니 맞는 표현이다. ‘4년 만의 만남도 부질없었다.’는 식의 문장은 매우 자연스럽다. (2나)의 ‘4년 만에 만남’은 ‘4년 만에 만나다’를 줄여서 쓰는 경우이다. ‘이 문제 시험에 나옴’에서 ‘시험에 나옴’과 같은 구조이다. ‘시험에 나오다’가 줄어서 ‘시험에 나옴’으로 되는 것이다. (3가), (3나)의 차이는 ‘4년 후의 내 모습’을 생각하는 것과 ‘(현재의) 내 모습을 4년 후에 생각하는 것’의 차이이다. 다만 (3나)는 (3가)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다. (3나)와 같이 쓰는 경우에는 ‘4년 후에’를 동사 앞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반면, (3가)와 같이 쓰는 경우는 이동할 수가 없다. 바로 이 차이이다. ‘학교에 나무가 휘어졌다’에서 ‘학교에’를 뒤를 보내어 ‘나무가 학교에 휘어졌다’로 바꿀 수 없으면 ‘학교의’로 써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에’가 결합된 경우는 ‘학교에 나무가 많다.’, ‘나무가 학교에 많다’ 등과 같이 ‘X에’가 자유롭게 이동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상과 같은 설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4) 가. 꽃 중의 꽃, 별 중의 별 나. 우리가 기술 개발의 매진해야 한다.× 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라. 만에 하나. 열에 아홉은 꽝이다. (4가)는 이번 기회를 통해 ‘꽃 중에 꽃’, ‘별 중에 별’이라고 쓰지 않도록 하자. (4나)는 ‘기술 개발에’를 과도하게 교정하여 ‘기술 개발의’로 쓴 것이니 주의를 하면 될 것이다. (4다), (4나)는 설명이 복잡하다. 그냥 관용적 표현 정도로 외는 것이 좋겠다. 유명한 대중가요 ≪어머나≫에서 “소설 속에 영화 속에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이 맞는 표현인지 틀린 표현인지 판단해 보자. ‘아니지만’ 앞으로 ‘소설 속에’를 이동할 수 있는지 판단해 보면 된다. 임석규 교수(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