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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통합센터2012-02-0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사랑해요 한글 01 – 외래어 표기
‘글쓰기 센타’가 아니고 ‘글쓰기 센터’
이번 학기부터 통학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치솟는 기름값도 부담이 되었지만 늘어나는 뱃살에 대한 고육지책이다. 추운 겨울, 방 안에서 꼼짝 안 한 탓이다. 신입생이 된 듯 은행에 가서 차비를 입금하고 학생처에서 버스카드도 수령했다. 새 승차권을 지갑에 넣으니 든든하고 기분이 좋았다. 버스를 이용한지 사흘째 되는 아침. 운전기사님의 통화를 엿 듣게 되었다(듣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는데, ‘ㅆ'이 자주 들렸다.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에 꾹 참을 수밖에. 예민한 기사님의 눈치를 살피며 학교에 도착했고 나는 곧 경악했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이 친구에게 한 첫 인사가 방금 전에 들었던 ‘ㅆ'이다. 언어가 정신을 장악한다는 말이 새삼스러워 졌다.
버스 이야길 한 김에 백미러(back mirror)이야기를 해 보자. 백미러는 외래어가 아닌 ‘콩글리시’다. 우리말에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을 교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건 아니거든요’. 옷이나 모자 따위에 붙이는 표를 뜻하는 ‘뱃지’도 ‘배지’의 잘못된 표기다. 그럼 짜장면은? ‘자장면’이 맞다.
오렌지(orange)를 어린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생각난다. ‘어린지’가 정통 영어식 발음일지는 몰라도 외래어표기법에 의하면 ‘땡!’이다. 수건은 타올이 아니라 타월이라고 해야 하며 콤플렉스, 초콜릿, 도넛으로 써야 한다. 그렇다면 악세서리(accessory)와 크로즈업(close-up)은 맞는 표기일까? 나도 종종 헷갈린다. 아! 불쌍한 한글.
학기말이면 책상 위에 쌓인 학생들의 보고서도 나를 우울하게 한다. 표지 제목부터 틀렸다. 학생 여러분 “리포트 아니거든요!” 한 학기 내내 글쓰기를 담당했건만 레포트를 받지 못하는 허무함이 엄습한다. 그밖에 ‘비디오 테입’은 비디오테이프로 워크숍, 재킷, 점퍼도 헷갈리는 말이다. 어차피 우리말도 아닌데 까탈스럽게 군다고 지청구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는 말을 떠 올리면 대충 쓰는 말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흐리게 하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습관처럼 쓰는 말이 그 사람의 정신을 대변하며 더 나아가 미래를 규정한다는 말은 얼마나 무서운가. 새 학기 통학버스를 타며 한글에 대한 관심을 다잡기로 한다. 한글을 사용하자. 피치 못할 경우엔 외래어표기법을 생각하자. 그것이 우리가 가꿔나갈 학문공동체를 아끼는 일이다.
▲ 헷갈리는 외래어 표기 (왼쪽 × → 오른쪽 ○)
악세서리(accessory) → 액세서리 크로즈 업(close-up)→ 클로즈 업
가스렌지(gas range) → 가스레인지 팜플렛(pamphlet) →팸플릿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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