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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짜장면, 표준어가 되다.
22 짜장면, 표준어가 되다.
비교과통합센터2012-02-01

 

사랑해요 한글 4
 
 짜장면, 표준어가 되다.
 
 
▲ 자장면과 짜장면 사이
 

왕관과 이배는 중국인 교환학생이다. 2년 전 ‘한국어 읽기’ 시간에 우리는 만났다. 왕관은 활발하고 이배는 수줍음이 많다. 가끔 연구실에 찾아와서 상담도 하고 고향에 다녀왔다며 차茶를 놓고 가기도 했다. 왕관과 달리 이배는 아직 한국말이 능숙치 않다. 그러나 의사소통은 눈빛과 억양 등 다양한 경로로 이뤄진다는 것을 그 친구들에게 배웠다.
 
지난 5월 왕관과 이배가 나를 자취방으로 초대했다. 스승의 날 무렵이었다. 식탁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중국 음식이 있었다. 나는 이배가 듬뿍 퍼준 밥을 고맙게 다 먹었다.(사실 밥알이 설익었다.) 이번 여름, 왕관은 졸업을 하고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 학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어서 동행했다. 비 오는 왕십리 역 근처에 그와 이사짐을 내려주고 오는데 뒷거울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한참을 손을 흔들며 서 있었다. 가끔 그가 생각날 때면 나는 배갈 한 잔에 ‘짜장면’을 곱빼기로 시켜먹을 것 같다. 한국어를 가르치기 보다 더 많은 걸 배우게 해준 내 어린 친구를 생각하며 입가에 묻은 짜장 소스를 그리움처럼 핥아 먹을 것이다.
 
 
 
얼마 전 국립국어원은 짜장면과 자장면 둘 다 표준어로 정했다. 언어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는 단어들이 동시 표준어, 혹은 별도 표준어로 채택된 것이다. 잘 알려진 동요 중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주다’는 표현은 ‘~ 손등을 간질이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지적되었으나 이제는 ‘간질이다’,  간질어주다’와 모두 표준어로 인정된다. 그 외 ‘ ‘눈꼬리’, ‘나래’, ‘내음’도 표준어가 되었다. 언어는 대중이 만들어간다는 말을 실감한다.
 
 
곱배기(×) → 곱빼기(○)
 
곱빼기는 두 배를 가리키는 고유어다.
 
 
가르치다 → 지식이나 이치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는 것.
 
가리키다 → 방향이나 대상을 집어서 보이거나 알리는 것.
 
 
 
박태건 교수 (글쓰기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