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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곰탕을 처먹는다/쳐먹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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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통합센터2012-11-30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새 학기가 되어 ‘사랑해요 한글’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머리도 식힐 겸 읽어보면서 원리를 정리하면 좋겠다. 다음 말들 중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관련되는 말들을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곰탕을) 처먹는다/쳐먹는다 (차를) 처박았다/쳐박았다 (성적이) 뒤처진/뒤쳐진 학생 (신의를) 저버린다/져버린 사람
옳은 표현을 가려내려면 첫 글자 ‘처/쳐’, ‘저/져’가 ‘치-’ 또는 ‘지-’와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쳐’ 또는 ‘져’로 쓸 때에는 반드시 ‘치-’, ‘지-’와 관련되는 경우라야 한다. 설렁탕에 후추를 쳐서 먹는 것은 ‘쳐 먹는 것이고’, 며칠 굶은 사람이 설렁탕을 허겁지겁 먹는 것은 ‘처먹는’ 것이다. 전자는 ‘후추를 치고’, ‘후추를 치니’처럼 ‘치-’와 관련시킬 수 있다. ‘공을 치고’, ‘공을 쳐서’, ‘장구를 치고’, ‘장구를 쳐서’ 등을 생각해 보면 ‘ㅣ’와 ‘ㅕ’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적의 진지로) 쳐들어가다’를 ‘처들어가다’로 쓰지 않는 이유는 ‘진지를 치고, 진지를 쳐서’ 등과 같은 말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차를 ‘처박고’를 ‘쳐박고’로 적지 않는 이유는 ‘차를 치고’, ‘차를 쳐서’라는 말이 ‘처박고’의 의미와 관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뒤처진’을 ‘뒤쳐진’으로 쓸 수 없는 이유 또한 ‘뒤치-’와의 관련성으로 검토할 수 있다. ‘치-’와 마찬가지로 ‘지-’, ‘찌-’도 동일한 유형으로 생각하면 된다. ‘신의를 저버리다’의 ‘저’를 ‘져’로 쓸 수 없는 이유도 ‘신의를 지-’는 것과 관계없기 때문이다. ‘뒤처져서’에서 ‘져’는 ‘뒤처지고’, ‘뒤처지니’라는 말이 있기에 ‘지’와 관련되는 것이다(cf. 떡을 쪄서, 떡을 찌고).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1. 가방에 책을 자꾸 (처넣으면 쳐넣으면) 안 된다. 2. 이익 없이 돈만 자꾸 (처들어 간다 쳐들어 간다). 3. 가방을 만 원 (처줄게 쳐줄게) 내게 팔아라.
문제 1∼2는 앞 형태가, 문제 3은 뒤 형태가 옳은 표현이다. ‘책을 치다’, ‘돈만 치다’라는 말은 문맥과 관련이 없다. 반면 ‘가방은 만 원 치고 펜은 천 원 쳐서 합이 만천 원이다’라는 말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쳐’로 써야 한다.
※ 원리는? ‘처먹는다’, ‘쳐먹는다’ 중 어느 형태가 맞는지 헷갈린다면 ‘치다’와의 관련성을 검토하면 된다. 허겁지겁 먹는 것은 ‘치다’와 관계없으니 ‘처’로 쓰고, 후추를 뿌려서 먹는 것은 ‘(후추를) 치다’와 관계되니 ‘쳐’로 써야 한다.
국어국문학과 교수 임석규, isk88@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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