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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요약하기’로 시작하라
41. ‘요약하기’로 시작하라
비교과통합센터2012-11-30

 

글쓰기의 첫걸음 01 – 메모

 

‘요약하기’로 시작하라

 

 

‘안녕하십니까?’ 점심을 먹으러 학생회관 옆을 지나는데 우렁찬 목소리가 옆에서 들립니다.(깜짝이야!) 90도로 숙인 한 무리의 학생들 앞에서 ‘까닥’ 끄덕이는 학생은 아마 선배님이겠죠.? ‘어라~ 어디서 깍두기들이’ 생각하는 순간, 저는 ‘학내에 스며든 ’독특한 인사법’에 대해 글을 써 보기로 결심했답니다.

우선, 메모를 했어요.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연상하는 메모의 얼개를 마인드맵이라 부르죠. 마인드맵은 정보를 연관 짓고 사고를 요약함으로써 대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밑그림 같은 거예요. ‘총체적 이해’라는 말이 좀 어렵나요?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내는 걸 의미해요. 글쓰기란 대상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해서 자신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지는 ‘주체적 이해’의 과정이거든요. 메모를 하면 논리적 연관 관계로 내용을 파악하는 이해력이 길러져요. 좋은 글은 그래서 좋은 문제의식을 가졌죠. 그런데 저는 왜 ‘깍두기’가 생각난 걸까요? 전전두피질을 거쳐 시상하부를 마구 자극하는 이 감정을 어떻게 글로 옮겨야 하죠?

 

‘글쓰기, 어렵지 않아요.~’ 시사성이 강한 프로그램을 즐겨 보세요. 좋은 정보는 제대로 된 분석 기준과 검증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에요. 신문․방송을 분석적이고 비판적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하세요. 개그 프로그램의 정치 풍자 코너는 시사성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좋은 소재예요. 성향이 다른 신문을 두 개 이상 보는 것도 좋아요. 관점의 차이를 비교하다 보면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고 자신의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어요. 특히 사설과 칼럼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통합적으로 사고한 결과라서 많이 읽으면 삶과 사회를 연결하는 통합적 사고를 배울 수 있죠. 어디서나 90도로 인사를 하는 집단의 유사점을 비교해 보세요. 어떤 단어가 떠오를 거예요. 그럼 도서관에 가서 그 단어를 주제어로 해서 책을 검색하는 거예요.

 

이제 책을 요약할 차례예요. 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묶어 놓은 종합 선물이고 그 책이 꽂힌 서가는 테마파크 같은 거죠. 여러 관점으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어요. ‘요약하기’에는 문장의 생략 및 선택과 같은 축약의 방법이 사용되는데, ‘고양이처럼’ 재빨리 핵심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제목과 장, 절 및 항목에 주목해야 돼요. 단락 별로 중요한 요점(중심문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밑줄 좌악~’ 그어 보세요. 각 단락이 한 두 문장으로 요약되었나요? 반복하면 이해력이 높아져요. 대부분의 핵심 문장은 단락의 처음과 마지막에, 주제문은 핵심 단락에 있어요. 각 단락의 핵심문장들을 모아서 논리적 연관성을 맺을 수 있도록 배열해 보세요. 퍼즐조각을 맞추는 것처럼요. 적절한 접속사는 넣기는 필수. 자 요약문이 그럴듯하게 완성되었나요?

 

그런데 ‘요약하기’를 ‘베껴쓰기’로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학기말 리포트를 보면 알 수 있지요. 요약은 인용과 달라요. 그대로 옮기지 말고 자신만의 표현으로 바꿔야 돼요. 요약문은 핵심 개념과 주제문으로 이뤄진 책의 압축적 재구성이기에 ‘요약하기’를 많이 연습하면 고정관념을 깨는 비판적인 사고가 자라나요.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영역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고 사고의 폭을 넓혀졌나요? 다음은 글을 써 볼 차례예요. 일단 결론을 먼저 쓰세요. 그리고 그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들었던 요약의 근거(메모)를 써 보세요. 어지럽게 휘갈긴 메모가 글의 뼈대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오늘 만난 ‘유별난 인사’를 요약해 볼께요. ‘선배를 만나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한다’는 수칙을 정한 집단의 공통점은 그들의 의사소통이 타인을 의식한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집단의 정체성이 타인의 반응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지나친 관심은 역효과를 부른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다. 그들이 보내는 신호에 ‘쫄지 말자!’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글을 쓰려고 하지 마세요. 글쓰기는 읽고, 베끼고, 쓰고의 반복이죠. 마치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처럼, 쓰러지지 않으려면 (읽는) 속도가 붙어야 돼요. 세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읽어 보세요.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거듭해보면 자신만의 감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팁, 자전거 타기는 배우면 절대 안 잊는다는 장점이 있죠.

 

박태건 (글쓰기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