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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문을 잠궈라?/문을 잠가라?
60. 문을 잠궈라?/문을 잠가라?
비교과통합센터2013-06-03

이번에는 사투리와 표준어의 구별을 요하는 몇 단어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 우선 다음 문제를 풀어 보면서 시작하기로 하자.

(1) 가. 문을 안 (잠궈  잠가) 도둑이 들었다.(잠○장치)

나. 김치를 (담궈 담가) 먹는 횟수가 늘었다.(담○질)

다. 식욕을 (돋구는 돋우는) 음식이 없을까? (발돋○한다)

위 문제에서의 정답은 모두 후자이다. TV 자막에서도 “밸브 안 잠궈 참변”이라는 기사 제목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잠궈’라는 사투리가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표준어 ‘잠가’보다는 ‘잠궈’라고 표기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잠궈’라는 말을 쓰려면 기본형[으뜸꼴]을 ‘잠구다’로 이해해야 한다. ‘잠궈’, ‘잠궈라’에서 ‘-어’, ‘-어라’를 뺀 나머지가 ‘잠구-’이기 때문이다. 기본형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관련되는 단어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위 (1)에서 진한 글씨로 된 부분이 관련 단어이다. ‘잠굼장치’라고 하는지, ‘담굼질’이라고 하는지, ‘발돋굼한다’라고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잠구-’, ‘담구-’, ‘돋구-’ 등이 틀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본형이 ‘잠구-’라면 ‘잠구고’, ‘잠구니’, ‘잠구면’, ‘잠구어라’ 등도 옳은 표기일 것이다. ‘잠그고’, ‘잠그니’, ‘잠그면’ 등으로 쓰다가 ‘-어(라)’가 붙은 경우에만 ‘잠궈(라)’로 적는 것은 통일된 사고가 아니다. ‘잠그+아(라)’의 결합은 ‘잠가(라)’로 쓰는 것이 옳다. ‘따르+아(라)’를 ‘따라(라)’로 표기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나)의 ‘담궈/담가’ 또한 같은 방식으로 설명된다. ‘담궈’를 옳은 표기라고 한다면 기본형이 ‘담구다’가 되어 ‘담구고’, ‘담구니’, ‘담구면’ 등으로 써야 한다. 동요 하나를 생각해 보자.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구면/담그면) …….”에서 전자가 어색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혹시 전자가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동안 잘못된 표기에 그만큼 많이 노출되었다고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는 ‘담그다’를 기본형으로 하여 ‘담그+고’는 ‘담그고’로 적고 ‘담그+아(라)’는 ‘담가(라)’로 쓸 수 있도록 하자.

한편, (1다)의 ‘돋구-’는 ‘돋우-’로 적어야 옳지만 여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그만큼 잘못된 말에 무수히 노출되어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돋우-’는 의외로 많이 쓰인다. ‘화’를 돋우는 것은 물론 ‘지면’을 돋우고, ‘식욕’을 돋우고, ‘사기’를 돋우고, ‘싹’을 돋우고 등 여러 단어와 결합되어 쓰인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면서 마무리하기로 하자.

(2) 가. 단무지는 식초에 오래 (담궈 담가) 놓으면 안 된다.

나. 삼촌 집에 (들려라 들러라). 집에 (들린 들른) 후에

다. 시험을 잘 (치뤄서 치러서) 기분이 좋다. 시험을 (치룬 치른) 후에

(2)에 제시된 여러 문제에서 정답은 모두 후자이다. (2나), (2다)에 제시된 말은 관련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외우는 수밖에 없다. ‘들르다’, ‘치르다’가 기본형이다. ‘따르+아→따라’에서와 같이 ‘들르+어→들러’, ‘치르+어→치러’를 이해하면 된다.

 

원리는? ‘잠장치’, ‘담질’, ‘발돋’을 통해 기본형을 ‘잠그-’, ‘담그-’, ‘돋우-’라고 기억하고 ‘잠가’, ‘담가’, ‘돋우고’ 등으로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하자. ‘잠궈’, ‘담궈’, ‘돋구다’는 사투리인 셈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