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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갈래 – 수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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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통합센터2018-07-24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수필의 개념과 특징 1. 수필의 개념
수필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거의 모든 일을 소재로 사실대로 솔직하고 자유롭게 쓴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때문에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라고도 한다. 수필가 피천득은 ‘수필’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쓰기도 했다. 아래는 그의 글 중 한 대목이다. – 수필은 청자연적이요,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중략) 수필의 재료는 생활 경험, 자연 관찰, 또는 사회 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 무엇이나 다 좋을 것이다. 그 제재가 무엇이든지 간에 쓰는 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때의 무드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이고 고치를 만들 듯이’ 수필은 씌어지는 것이다.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이다.
피천득, 〈수필〉 –
2. 수필의 특징
① 무형식 수필은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소설 같은 경우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 단계가 있고, 시점이나 갈등의 유형, 성격 제시 방법 등 일정한 형식이 있고 시나 희곡도 마찬가지지만 수필은 그렇지 않다. 대화문을 써도 되고 안 써도 되고, 설명만 잔뜩 늘어놓아도 되고 풍경 묘사만 해도 된다. 어떤 인물에 관한 이야기여도 되고 아니어도 된다. 주장이나 감상을 직접 드러내도 되고 안 드러내도 되고 편지처럼 써도 되고 일기처럼 써도 된다. 이처럼 수필은 어떤 형식으로 써도 상관없다. 고개 마루턱에 방석소나무가 하나 있었다. 예까지 오면 거진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 마루턱에서 보면 야트막한 산 밑에 올망졸망 초가집들이 들어선 마을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넓은 마당 집이 내 진외가로 아저씨뻘 되는 분의 집이다. 나는 여름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오면 한 번씩은 이 집을 찾는다. 이 집에는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열세 살 되는 누이뻘 되는 소녀가 있었다. (중략) 상을 내어 갈 때는 노파 혼자 들어오고, 으레 따라올 소녀는 나타나지 아니했다. 적삼 들킨 것이 무안하고 부끄러웠던 것이다. 내가 올 때 아주머니는 오빠가 떠난다고 소녀를 불렀다. 그러나 소녀는 안방에 숨어서 나타나지 아니했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수줍어졌니. 얘도 새롭기는.”하며 미안한 듯 머뭇머뭇 기다렸으나 이내 소녀는 나오지 아니했다. 윤오영, 〈부끄러움〉
오늘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있는 온달 산성에서 엽서를 띄웁니다. 이곳 온달 산성은 둘레가 683미터에 불과한 작은 산성입니다. 그러나 이 산성은 사면이 깎아지른 산봉우리를 테를 메우듯 두르고 있어서,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투사와 같습니다. (후략) 신영복,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꿉니다〉 –
② 다양한 소재 일상생활과 주변의 상황이 모두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친구, 가족, 학교, 애완동물, 스포츠, 미래, 자연, 사회적인 이슈, 예술, 여행, 취미 및 여가, 추상적인 감정 등 매우 다양하며 이 중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없는 것은 없다. 쉼게 말해 모두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③ 개성적 개성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 주는 본인만이 갖는 특성을 말한다. 인생관, 세계관, 지식, 취미, 감정, 체험, 성격 등이 바로 개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필은 개성이 겉으로 드러나 있다. 왜냐 하면 겪은 일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필을 읽으면 그 사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추측할 수 있다. 반면 소설 같은 경우는 지은이의 개성이 글 뒤에 숨어 있는데, 이는 소설이 지은이가 꾸며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아저씨는 봄이 될 무렵, 다른 장사를 해야 한다며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 후에도 아이를 도와주는 일은 그치지 않았다.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했던 군고구마 장수 아저씨가 우리와 한패가 되어 놀면서, 어질고 착하게 자라기를 빌던 아름다운 마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던 아저씨의 그런 따뜻한 정이 지금은 왜 사라지고 없을까? 어제 내가 아파트 문을 나설 때, 아이들이 골목에서 공차기를 하고 있었는데, 공이 내 앞으로 굴러왔다. 얼른 발로 아이들에게 차 주자, 아이들이 ‘와’하고 소리를 질러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나는 공을 한 번 차 주어도 좋아하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박동규, 〈군고구마 장수〉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을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 때문에 조금씩 더 나은 것으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신영복,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꿉니다〉 –
④ 비전문적 소설이나 시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시는 어떻게 쓰는지 쓰는 방법이나 요령을 알고 있어야 소설답게, 시답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수필은 그렇지 않다. 형식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소재는 어떤 것을 선택해도 되기 때문에 수필을 쓰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전문적인 지식은 없다. 따라서 전문가만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고 이 때문에 수필을 ‘비전문적인 글’이라고 한다.
⑤ 고백적 수필에 등장하는 ‘나’는 누구일까? 지은이가 상상해 낸 인물? 아니면 지은이 자신? 거의 모든 수필에 등장하는 ‘나’는 바로 지은이 자신이다. 지은이가 자기 이야기나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쓴 글이 수필이다. 그래서 수필을 ‘고백적인 글’이라고 한다. 내 것이 아닌 그 어떤 것도 고백할 수 없다. 내가 겪지 않은 일, 나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 다른 사람의 느낌도 당연히 고백할 수 없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 여름에 우리 가족은 어머니의 고향인 미시간(Michigan)으로 가서 한동안 산 적이 있었다.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외롭게 사신 어머니와 혼혈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한국 학교를 다녔던 나와 동생들에게는 그 기간이 특별한 선물과도 같았다. 김요셉, 〈한국어 잘하는 아이〉
골방 철학자는 신기종네 바로 뒷집에 살고 있었다. 그는 별명답게 하루 종일 골방에만 처박혀 있을 뿐, 도무지 바깥출입이라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사 온 지 퍽 오래 지나도록 그를 보지 못했다. 물론, 나는 이미 동네 아이들을 통해 골방 철학자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듣고 있던 터였다. 위기철, 〈아홉 살 인생〉 –
⑥ 신변잡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주 많은 일을 겪는다. 그 중에서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적은 글을 신변잡기라고 한다. 이런 글은 보통 재미있고 위트가 넘친다. 사소한 듯 하면서도 그 안에 글쓴이가 독자와 나누고 싶은 의미나 가치가 들어 있다. 대부분의 수필은 신변잡기적인 특성이 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잡다한 이야기를 적기 때문이다. 또, 어느 저녁 잠실 종합운동장 앞을 지나가다, 한 해 전 그 부근에 살면서 자주 들러 먹었던 김밥과 소주 생각이 나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데 음식을 받아 놓고 보니 집에 갈 차비밖에 여윳돈이 없었다. 그래 그냥 음식을 되돌려 주고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머릿수건의 함지박 아주머니가 “그냥 드시고 갔다가 나중에 지나는 길 있으면 갚아 줘도 좋고, 오실 일 없으면 말아도 좋다.”며 나를 주저앉혔다. 나는 이번에도 염치없이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달쯤 뒤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때는 이미 초겨울 녘이 되어 아주머니의 가판대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그 고마운 외상 빚을 갚을 길이 아주 사라지고 만것은 아니다. 봄 시즌이 시작되면 아마 아주머니는 다시 나타날 것이다. 요즈음도 이따금 그 썰렁한 운동장 앞길을 지나며, 새봄을 기다려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청준, 〈일생 갚아야 하는 빚〉 –
⑦ 유머 | 위트 | 비평 수필은 생활 경험을 소재로 한 것이 많은데도 읽어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건 글쓴이의 재치가 글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도 작가가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그 안에서 어떤 재미를 발견하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수필을 유머와 위트의 문학이라고 한다. 유머는 익살스러움, 즉 해학을 말하고 위트는 재치를 말한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에 대처하는 글쓴이의 재치 있는 태도, 우스운 말과 행동이 읽는 이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삶의 작은 지혜까지 전해 준다. 나의 그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는 분명 자기를 위협하느라고 일부러 그렇게 따악딱 땅바닥을 박아 내어 걷는 줄로만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여자더러 내 구두 소리는 그건 자연이요, 고의가 아니니 안심하라고 일러 드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어서 가야 할 길을 아니 갈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나는 그 순간 좀더 걸음을 빨리 하여 이 여자를 뒤로 떨어뜨림으로써 공포에의 안심을 주려고 한층 더 걸음에 박차를 가했더니, 그럴 게 아니었다. 도리어 이것이 이 여자로 하여금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여자는 왜 그리 남자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여자를 대하자면 남자는 구두 소리에까지도 세심한 주의를 가져야 점잖다는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면, 이건 이성(異性)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나는 그 다음으로 그 구두징을 뽑아 버렸거니와 살아가노라면 별(別)한 데다가 다 신경을 써 가며 살아야 되는 것이 사람임을 알았다. 계용묵, 〈구두〉 – 여자가 나를 불량배라고 오해하는 장면, 내가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빨리 걸으려고 하는 장면 등이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면서도 글쓴이는 이 일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현대인의 왜곡된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사건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글쓴이의 독특한 비평 정신이 돋보이는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