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과 비교해서 나의 글을 ‘마이너스 몇 도’(내용이 너무 가벼운가, 문장에 멋이 없나, 읽기가 힘든가…),
‘플러스 몇 도’(너무 어려운가, 미사여구가 많은가, 문장이 긴가…)로 평가하지 말고
지금 나의 글 상태를 ‘영도’로 놓고 시작하자.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버려라. 남들보다 멋진 글을 쓰려는 집착만 버리면 된다.
글쓰기는 나를 누르는 억만 근의 중력도 아니고, 내 하루 일과를 계속 신경 쓰게 만드는 콧등 위 뾰루지도 아니다.
글쓰기는 그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예전에 난 논문에서나 볼 법한 학문적인 글쓰기에만 익숙해 있었다.
그리고 각주나 참고문헌이 없는 글은 아예 읽지도 않았다. 왠지 깊이가 없어 보였다.
형식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본질을 보지 못할 때였다.
인용부호가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글이 아니라 생각했을 만큼 글 한 편을 쓰려면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글은 무척 어려웠고 글을 쓰는 게 엄청 부담스러웠다.
20대 시절 내가 쓴 글들은 지금 내가 읽어도 집중하고 읽어야만 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어려운 것들이 태반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부담이 사라지고 내 손가락은 방언 터지듯 이런저런 말들을 남겨댔다.
인터넷 카페 덕분이었다.
한 포털에서 ‘기호학 카페’를 운영하며 카페지기랍시고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를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졸업 직전에는 과 학우들이 보는 ‘잡기장雜記帳’에 〈한겨레21〉을 패러디한 ‘한겨레23’을 연재했다.
술을 안 사주는 선배들을 진보적 톤앤매너로 비판하는 우스꽝스런 글들이었다.
써본 글이 반응이 좋자 10여 차례 연재했던 기억이 난다.
과거의 잡기장은 SNS라는 큰 장으로 흡수된 것 같다.
잡기장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긴밀한 유대감은 각자의 몫으로 남았지만 말이다.
SNS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발언만 아니라면, 가급적 제약을 두지 않고 적는다.
장난스러운 글부터 특정 기념일에 올리는 진지한 글까지 편하게 내 생각을 적다 보니 글에 대한 부담감은 어느덧 사라졌다.
올린 글 가운데 ‘좋아요’가 많이 눌리고 생각보다 많이 공유된 글을 찬찬히 뜯어보면,
문장력이 미려하거나 무릎을 탁-치는 기발한 생각이 있어서가 아닌 것 같다.
그냥 편하게 생각을 적어내린 글, 일상을 사는 동시대인으로서의 느낌을 담담하게 적은 글, 그런 글들이 좋게 평가됐다.
그렇게 ‘좋아요’와 공유가 늘어나면 글쓰기에 대한 자신이 생긴다.
자신감은 글쓰기를 위한 좋은 원동력이다.
지금은 익명의 다수에게 내 글을 쉽게 내보낼 수 있는 시대다. 자기 글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만 있으면 글을 쓸 수가 있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느낌, 감정 등은 바로바로 스마트폰에 메모해둔다.
그 메모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이룰 때까지.
그렇게 모인 메모들에 나름의 위계와 질서를 부여한다.
메모는 정렬되고 재배치된다. 단편들은 좀 더 긴 단편이 된다.
글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가급적 모든 글은 마침표로 끝나는 완성된 문장으로 적는다.
문장으로 완성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글은 절대 늘지 않는다.
문장으로 완성해야만 문장들 간의 논리나 위계를 설계하고 그러한 위계의 흐름 속에서 관점의 기획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글은 일단 쓰고 본다. 비밀글이 아니라면, 읽을 사람이 있는 곳에 써본다.
SNS는 특히 독자의 반응을 볼 수 있는 매우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글로 화두를 던지면서 온라인 인맥들과 댓글 토론을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이해를 엿볼 수 있어 이 역시 매력이다.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면 지루한 매일이 새롭게 반짝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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