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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알맞는?/알맞은? // 걸맞는?/걸맞은?
91.알맞는?/알맞은? // 걸맞는?/걸맞은?
비교과통합센터2014-12-23

알맞는?/알맞은? // 걸맞는?/걸맞은?

 

‘알맞는/알맞은’, ‘걸맞는/걸맞은’에 대해 어떤 것이 맞는 표기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인터넷 기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중파 방송의 자막에서도 틀린 표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알맞는/알맞은’, ‘걸맞는/걸맞은’이 헷갈린다면 ‘좁지 않는? 방’, ‘좁지 않은? 방’도 헷갈릴 수 있다. 사실은 파생되는 무척 많은 단어들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다음 문제를 보도록 하자.

 

(1) 가. 곱지 (않은 않는) 시선

나. 희지 (않은 않는) 얼굴

다. 작지 (않은 않는) 가방

 

이 문제의 정답을 위해서는 한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해 내는 일이다. 중학교 때처럼 동작을 나타내는 말,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기는 만만치 않다. ‘옥수수는 잘도 크겠지’, ‘익산에 3일 동안 있겠지’에서 ‘크-’, ‘있-’이 동사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기에 쓰인 ‘크-’와 ‘있-’이 동작인지 상태인지 판가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다. 가장 전형적이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는다/ㄴ다’를 붙이는 방법이다. 소위 ‘-다’를 뺀 어간에 ‘-는다/ㄴ다’를 붙여서 말이 되면 동사이고 말이 되지 않으면 형용사이다.

 

(2) 가. 먹다:먹는다(0)

나. 좁다:좁는다(x)

 

(3) 가. 보다:본다(o)

나. 시다:신다(x)

 

(2)는 ‘-는다’를 붙인 형태이고 (3)은 ‘-ㄴ다’를 붙인 형태이다. (2가)의 ‘먹는다’, (3가)의 ‘본다’와 달리, (2나)의 ‘좁는다’, (3나)의 ‘신다’는 말이 되지 않으므로 형용사이다. 마찬가지로 (1)에 제시된 단어 ‘곱다’, ‘희다’, ‘작다’는 ‘곱는다’, ‘흰다’, ‘작는다’ 등으로 쓰일 수 없기에 형용사인 것이다. ‘곱 사람’, ‘희 사람’, ‘작 사람’이 잘못인 것처럼 ‘곱지 않 사람’, ‘희지 않 사람’, ‘작지 않 사람’도 잘못이다. ‘작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 것처럼 ‘작지 않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 형용사와 ‘-는’은 상극이다. ‘작다’가 형용사이면 뒤따르는 ‘않다’도 형용사이다. 동사는 ‘먹는 사람’, ‘먹은 사람’과 같이 ‘는’ 또는 ‘은’과의 결합이 가능하지만 형용사는 ‘-는’과의 결합이 불가능하다. ‘알맞다’, ‘걸맞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알맞는다’, ‘걸맞는다’와 같은 용법이 없으므로 이들은 형용사이다. 우리가 ‘매 맞는 사람’, ‘100점 맞는 학생’ 등과 헷갈려서 ‘알맞는’, ‘걸맞는’과 같은 잘못된 말을 쓰는지도 모른다. ‘형용사’와 ‘-는’은 상극임을 재차 강조할 따름이다.

끝으로 ‘젊다’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젊다’의 반대말은 ‘늙다’가 아니라 ‘늙었다’이다. 일상생활에서 ‘늙다’라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늙-’이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감이 올 수도 있다.

 

(4) 가. 그 사람 참 많이 늙다(x)

나. 그 사람 참 많이 늙었다(o)

다. 그 사람은 좀처럼 안 늙다.(o)

 

임석규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