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세분화
예전의 조직을 수직적이라고 하고 현대의 조직을 수평적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조직이 수평화되고 소수 정예화되다 보니 이제는 개인이 조직이라고 할 만큼 세분되었다. 급변하는 외부 정세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 조직의 무게를 최대한으로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예전에는 평범한 조직원으로 상사의 명령만 따르면 자기 임무가 완수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팀장이 되어 최고 경영자와 같은 급의 결단을 내리고 시행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 직원들한테도 기업가 정신, 리더십 등의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인성과 리더십
피터 드러커 박사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탁월한 성과를 끝없이 창출해 나가는 과정’을 가리켜 리더십이라고 하였다.
역사상 요즈음처럼 리더나 리더십에 대해 많이 거론되는 때도 없다. 사장이건 경비원이건 관계없이 독립성의 단계에서 벗어나 상호 의존성의 단계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의 리더 역할을 맡게 된다는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 박사의 말처럼 리더십이 필요치 않은 곳은 없다.
그런데 리더십이야말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리더십을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과 같이 열정과 카리스마를 갖추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영웅의 기질이라고 알고 있어서 그렇다. 따라서 리더십이 필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리더십 습득을 아예 포기하거나 도전조차 하지 않는 관계로 리더십 부재 문제가 더욱 해결되지 못한다.
인성의 오판과 낭비
학생들의 아르바이트나 기업에서 실시하는 인턴 과정도 비슷하다. 전공 내용과 달리 허드렛일이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불평을 하기보다는, 노동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격을 연마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이 배울 점이 많을 수 있다. 또한 돈을 벌어 가면서 경영 실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 보였던 학습 자료도 보이게 된다.
대학에서 시행하는 인성교육은 『논어(論語)』, 『명심보감(明心寶鑑)』 등이 주 교재로 도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역시 이론으로만 박사가 되는 호신술이 되고 만다. 결국,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은 기업이다. 현재 기업에서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대로 인성교육에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쏟아붓는다.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학생들 자신이 인성교육에 관심을 두고 미리 학습했더라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다. 기업과 국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일 비용과 시간, 노력 등이 계속하여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필요성•1
인성교육이 곧 민족의 생존 | 유대인은 인성교육에 전력투구한다. 종교적인 이유 외에 나라를 잃고 재산과 생명을 보호받지 못한 인고(忍苦)의 세월까지 겹쳐서다. 로마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Hadrianus)는 유대인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유대인 주제에 인사를 한다고 목을 베라고 명령을 하였다. 그래서 인사를 하지 않자 이번에는 하지 않는다고 목을 베라고 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쉽게 간직할 수 있으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은 지혜(智慧)였다. 따라서 ‘인성교육은 민족의 생존’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전 민족의 뼛속 깊이 새겨졌다.
따라서 『탈무드』의 내용은 모두 추상적이지 않고 실용적이다. 랍비들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적인 덕이지 초인적인 성인의 덕은 아니”라며, 모든 교육에서 현실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당시 랍비들도 일반인과 같이 상업이나 무역업, 농업 등의 생업에 종사하며 연구와 교육을 했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이 더욱 실용적이며 현실적이었다.
학교 교육보다 인성교육을 먼저 | 이 말은 다른 민족이나 국가의 교육 정책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유대인이 인성교육을 얼마나 중시하느냐를 나타낸 말이지만 그들의 생활에서 온 까닭도 있다.
『탈무드』에서도 “기회가 왔을 때 모험하지 않는 사람은 평범한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장사도 뛰어나게 잘해야 하므로 어려서부터 기본인 지혜를 가르친다. 꼭 장사가 아닌 어느 직업에 속하더라도 원주민이 감히 흉내를 내거나 경쟁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야 그들이 필요로 하게 된다. 즉, 인성교육은 언제나 생존법에 관한 것이었다.
『세계 최강 성공집단 유대인』의 저자 막스 디몬트(Max I. Dimont)는 이에 대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는 유대인에게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항상 절박한 문제였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탈무드』를 학교 교육보다 먼저 학습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활화되었다.
국가 차원의 필요성•2
역사적 배경 |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기적의 나라로 불린다. 크고 작은 외침을 수없이 당하면서도 5천 년 이상 존립해 와서다. 이러한 외침으로 인해 그동안 유대인 이상의 갖은 수모와 억울함 그리고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영작 전 한양대 교수는 “힘없는 국가는 동정과 경멸의 대상이지, 사랑과 존경의 대상일 수 없고 평화도 누릴 자격이 없다.”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느냐는 눈앞에 닥친 절박한 문제로, 여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빈약한 환경 | 우리는 석유와 같은 특별한 부존자원(賦存資源)이 없고 원천 기술과 지식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더욱이 자본력까지 취약한 상태에서 항상 국가적인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후손들에게 부강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다. 맨주먹이나 다름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은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유대인 따라 하기’다.
최근에 국내외의 연구 기관을 통하여 국가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제시되는 해결책 중에 인재 양성이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1십만 명의 과학 인재를 양성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인재로 인한 발전과 인재 한 명이 적게는 한두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다만 인재의 양성 과정에서 유대인과 같이 인성교육이 핵심 과제로 채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 차원의 필요성
전 분야를 업그레이드하다 | GE에서는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재 양성이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하는데, 비용도 연간 약 1십억 달러를 투입한다. 국내의 모든 기업도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GE를 따라서 예산을 잡고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전 임직원이 ‘탁상 훈련법’으로 매일 인성 훈련을 시행하는 일은 쉽고 가능하다. 그러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GE의 교육 시스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2010년에 GE는 ‘경청’을 리더의 가장 존경할 만한 특징으로 꼽은 적이 있다.
고객 감동의 정신 | ‘고객 감동’이란 경영 방침은 이제는 모든 기업이 실행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기업의 신규 고객 창출 비용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데 드는 비용의 5~6배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존 고객을 향한 고객 만족과 행복 캠페인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인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는 “제품과 기술에서의 경쟁력은 1~2년을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직원 상호 간의 인간적인 맺음,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는 쉽게 흉내 낼 성질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쟁력과 실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인성을 겸비한 사람은 적다.”와 “비즈니스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를 이끌었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의 말이다. 연관 지어 되새겨 볼 만하다.
아이디어와 영업 중심주의 | 기업의 전 분야에 걸쳐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어 영업 활성화와 직결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론적인 아이디어가 많고 서구의 아이디어는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많다고 하는데,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이런 풍토도 개선해 준다.
하지만 인성을 내 것으로 만들면 영업 능력이 자동으로 생기고 향상되어 세상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바뀐다. 어려웠던 IMF 시절에도 기업에서 영업 사원만은 줄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인성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의 사고를 가지면 취업과 진급, 이직 등에 대한 걱정이 해소되고, 인성과 영업을 중시하는 회사 방침에도 적극 호응하게 된다.
원만한 노사 관계 | 원만한 노사 관계의 유지와 해결도 상호 간의 믿음과 양보, 대화를 통한 소통이 관건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항상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나 중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토론과 인성 교육을 경험해 보지 못해 이 기술이 노사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그러므로 대화나 양보보다는 강압이나 투쟁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모든 국민이 평소 인성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면 양보나 배려를 한 쪽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화합이 파이를 크게 하여 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종업원인가, 동반자인가? | 인성 훈련은 언제 어디에서건 항상 사업주와 동반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취업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키워 준다. 처음 시작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좋은 제품도 사용해 보지 않으면 효능이나 성능을 모르는 경우와 같다. 어떤 신제품은 1~2주일 사용해 보고 성능에 만족하면 그때 정식으로 구매하라는 광고를 낸다. 한 달 동안 자신을 시험해 볼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제대로 인성 훈련을 시행한 사람이라면 직종에 상관없이 2~3년 이상의 경력자와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므로 한 달이 지난 다음 처음에 책정된 기본 급여보다 더 올려 주면서 붙잡지 않을 주인은 없다.
국제 경쟁력 확보 | 외국에 출장을 가서도 인성은 중요하다. 외국 파트너 회사의 직원들이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전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활기찬 모습으로 일하거나 스쳐 지나가면서 미소와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면 좋은 인상을 심어 준다. 그러한 인상이 바이런의 ‘희랍 사랑’처럼 ‘한국 사랑’으로 바뀌어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돈 안 들이고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인성과 컨버전스 | 인성은 최근 세계 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 과정에서도 능력을 발휘한다. 인성은 모양이 제각기 다른 그릇에 담기는 물과 같이 맞닥뜨리는 상황에 쉽게 적응하고 변화의 어려움을 이겨 내게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종래의 연공서열과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선후배 문화 등이 융합을 방해하여 과학기술 활동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른 전공자와의 협업이 잘 안 되는 것이다. 꼭 협업해야 할 프로젝트라도 앞부분은 ‘우리’가, 뒷부분은 ‘너희’가 맡아 진행하여 나중에 합치는 식이다. 이는 협업이 아니라 분업이다. 의외의 아이디어나 창조물이 나올 수 있는 협업의 장점을 전혀 살릴 수 없는 형태다. 그러므로 과학도들에게 첨단의 지식이나 기술 교육에 앞서, 소통의 원천인 인성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거에는 천재성이 있는 소수의 인재가 특허를 통해 조직을 먹여 살렸지만, 이제 모든 혁신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조 케저(Joe Kaeser) 지멘스(Siemens)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현시점에서 인성교육의 활성화보다 간단하면서 효율성 있는 취업 문제의 해결 방법은 없다.
대학 차원의 필요성
대학도 광고하는 시대 | 대학이 광고 시장에 등장한 지는 오래지 않다.
대학이 지향하는 바를 알리고 우수한 학생들의 입학을 권유하기 위해서다. 대학이 마치 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모집하는 식의 광고물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에 변하는 김에 완전히 실용적, 기업형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인성교육은 전교생 MBA 과정 수료의 효과 |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 과정은 고급 경영자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의 핵심이란 결국 사람’이므로 대인 관계의 기술을 배우고 훈련한다면 누구나 경영의 일정 부분은 어느 정도 학습을 마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깊이 있는 경영학은 가르치지 못해도 인성을 학습하고 훈련시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 인성을 갖춘 학생이 있으면 정원 외라도 얼마든지 뽑겠다.”라는 최고 경영자나 기업 측의 뜻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 강좌가 뜻하는 바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사례들을 보면 현시점에서 인성교육의 활성화보다 간단하면서 효율성 있는 취업 문제의 해결 방법은 없다. 학생들은 취업하기 쉬워져서 좋고 기업은 넘치는 인재로 환영받을 것이다.
교수들에게 인성교육을 | 아직도 대학교 수업은 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수가 설명하면 학생들은 받아 적고 이를 달달 외워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A 학점을 받는다. 학생들은 창의력이 학점에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거 같아 창의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별로 안 하게 된다고 말한다. 서울대에서 조사한 자료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창의력을 찾기란 산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셈이다.
물론 일부 교수들에 관한 얘기라든지 관습 외에 학풍 등 여러 가지 복합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100%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젠 진정으로 해결점 찾기를 고민하고 도전해야 할 때임은 틀림없다.
개인 차원의 필요성
– 교육기관이나 시설은 많지만 정작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보다 인성’에 맞춤 교육을 시행하는 곳은 없다. 그렇다고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개인 혼자서나 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훈련을 시행하면 된다.
– 인생은 고달프고 살아가기 어렵다. 수많은 난관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아 힘이 든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지구 위에 심리적 질병이 전혀 없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약 9.5% 정도뿐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박, 마약 등 주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현재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기 위해서나 이들 일탈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기본 인성은 누구나 평생 훈련해야 한다.
– 최근 유명 탤런트나 배우들이 연이어 자살함으로써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팬들의 환호나 인기에 대한 중압감 등이 원인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악평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온전하다고 해도 심한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 불행한 일을 겪는다. 평소에 인성 훈련으로 닥칠 수 있는 어려움에 대비하여야 한다.
– 유명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20대에 막 진입한 청년들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처음 사회로 진출하며 자기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더하여 자신의 자존감이 낮은 데 대하여 고민을 많이 하는 탓이라고 한다. 그냥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역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 운동선수도 인성에 의해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훌륭한 선수로 자라날 소질이 충분하다 해도 단체나 사회생활 등에 적응치 못하면 실패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팀의 인성 지수가 높으면 당연히 승률이 높아지고 우승에 가까워진다. 은퇴 후 지도자로 나서는 데도 필수 요건이다.
– 미국에서는 사회 발전을 위한 기부금의 80%를 개인에 의존한다. 개인의 성공과 풍요로 기부가 전 사회로 퍼지며, 기부금 단위가 커져 사회를 고르게 발전시키는 디딤돌이자 원동력이 된다.
유대인의 전부는 장사다
전 세계에서 유대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유대인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유대인의 전부는 장사다.”라고. 그렇다면 ‘학교 교육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라는 유대인의 교육 신조는 결국 장사를 잘하기 위함이란 말도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인성을 ‘장사를 잘하는 성품’ 혹은 ‘장사를 잘할 수 있는 성품’이라고 풀이해도 무리는 없다. 장사를 세일즈로 바꾸어 ‘세일즈를 잘하는 성품’이나 ‘세일즈를 잘할 수 있는 성품’이라고 해도 좋다. 세일즈 할 때 인성이 가장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아가 ‘고객이 선호하는 성품’이라고 해도 좋다. 또한 이런 직원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창업에도 유리하다.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장사나 상인 정신이 보편화된 유대인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잘 산다. 또한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인재를 배출하여 다시 국가 경쟁력을 배가시킨다.
전 국민이 상인을 존경하고 닮고 싶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거리나 시장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백화점에서 옷을 파는 사람, 세일즈맨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해당된다. 나아가 현장 노동자들한테도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기업가들도 사회적으로 최고의 존경을 받는 사람 1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창업하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기존의 기업가들은 용기백배하여 기업을 더욱 번창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가들에게 심하다고 할 정도로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그리고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사고를 갖거나 일방적으로 폄하한다.
상인 정신을 전 국민이 갖추게 해야 한다. 스스로 ‘상자천하지대본(商者天下之大本)’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상자천하지대본
우리는 조선 초기부터 도덕성을 중시하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 차별 아래 상인(商人)은 금전적 이익만 좇는 무뢰배(無賴輩)로 취급하였다. 여기서 생겨난 말이 ‘무본억말(務本抑末, 근본에 힘쓰고 말업을 억제함)’로 근본인 농사를 장려하고 이윤을 좇는 천한 상업은 억제한다는 뜻이다. 무본억말과 함께 전통적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도 같이 쓴다.
하지만 원래의 뜻과는 달리 ‘무본억말’과 같이 농사는 짓되 장사는 하지 말라는 정책에 힘을 실어 주는 역할로 변했다. 실제로는 농민들이 농사보다 장사에서 이익이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면 양반들의 소작을 그만두고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나온 고육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장을 열지 못하게 막았고, 중국에서 직업의 분류로 쓰이는 ‘사농공상’이란 말도 직업의 귀함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긴 양하며 상업을 천시하는 풍조를 억지로 만들었다. 영·정조 시대에 실사구시 정책을 폈던 일부 양반이나 학자 중에 땅을 가진 자들은 이 정책을 지지하였다고 하니, 일반 양반은 어떠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즉, 상인 정신을 농부나 전 국민이 갖추게 해야 한다. 이를 기본으로 모든 분야를 시작, 전개, 마무리할 필요가 있는 시대다. 농민들이 자신들을 핍박하는 데 이용되었던 ‘농자천하지대본’을 스스로 ‘상자천하지대본(商者天下之大本)’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 따라서 ‘군관민(軍官民)’을 ‘민관군(民官軍)’으로 바꾸었듯이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순서도 ‘상공농사(商工農士)’로 바꿔야 한다.
귤화위지
인성교육은 오랫동안 그 자리가 비어 있었으니 새로운 교육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며, 신종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는 그 씨앗에 맞는 새로운 토양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객토 작업이 먼저 필요한 것이다.
귤은 회남(淮南)에 심으면 귤이 되지만 토질과 기후가 다른 회북(淮北)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 ‘귤화위지(橘化爲枳)’가 주는 교훈처럼,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흙이 진실해도 토질이나 기후가 맞지 않으면 콩 심은 데 팥이 나고 팥 심은 데 콩이 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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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의 어려움
우리 주변에서 인성교육이 소홀히 되거나 실종된 지 오래되었다. 심지어 관습과 전통으로 굳어지기까지 하였다.
입시와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가정이나 일선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소홀히 되거나 실종된 상태가 너무 오래되었다. 심지어 관습과 전통으로까지 굳어져 그 흐름을 거스르기가 참으로 어렵다.
인성교육의 실종
대학교 총장 취임식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 분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개 그 후속 조치는 없다. 어떤 총장님은 구체적으로 인성교육관을 지어 시행하겠다까지 한다. 반가운 마음에 몇 년간 비서실과 연락을 하면서 결과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분 역시 별다른 조치나 성과 없이 임기를 마쳤다.
인성교육은 의지나 열정만 갖고 해결하기에는 버거운 면이 많다. 그러므로 총장 개인의 능력과 성의가 모자랐다기보다, 인성에 대한 반사회적 현상이 큰 데서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 중요치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급한 사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정책 입안이나 예산 책정 등 시행의 우선순위에서 자꾸 뒤로 밀린다. 유대인처럼 ‘학교 교육보다 인성교육을 먼저’라는 개념이 있고 없고가 나중에 큰 차이로 나타난다.
일선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여 본 적이 몇 번 있었다. 만나는 선생님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입시 준비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데 인성교육을 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대학의 수시 입학 때부터 학부모, 학교장 등을 비롯한 입시 담당 선생님, 동창회 등에서 SKY 대학에 몇 명이 들어갔느냐며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켜본다고 한다. 그리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담당 교사들에게 압력이나 책임 추궁이 따라온다.
『탈무드』에서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셋이 있다. 고뇌, 다툼, 빈 지갑이다. 그 가운데서 빈 지갑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라고 말한다.
인성교육과 돈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동전을 주울 수 없다.”라는 말은 유대인의 인성교육을 대표하는 구절이다. 미국에서는 유치원생을 상대로 증권 교육을 시행한다. 더욱이 1982년에는 정부 주도로 초등학교 단계부터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최근 한 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미래 인재 포럼’에서 교육부 관계자나 국내외 학자들이 기업가 정신의 조기 교육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띈다. 늦긴 했어도 다행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는 유감스럽게 없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는 돈, 이익 등은 금기시되는 단어다. 오히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황금만능주의와 함께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으므로 인성교육으로 회복하자고 한다. 틀리다고만 할 수 없지만 황금만능주의를 무조건 경계할 일은 아니다. 이제는 유대인의 돈에 대한 생각을 성인은 물론이거니와 자녀 교육에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유대 세계에서는 그리스도교나 유교에서처럼 ‘청빈(淸貧)’이라는 개념이 없다. 오히려 돈은 기회를 제공하며, 인간은 돈으로 많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가난은 시(詩) 속에서는 아름답지만, 집 속에서는 미움이다. 설교에서는 깨끗한 것으로 울리지만, 실생활에서는 가엾은 것이다.”라고 가르친다.
“돈을 찬양해서도 안 되지만 멸시해서도 안 되며, 그리스도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돈을 더러운 것으로 여기는 건 잘못이다. 돈은 더러운 것도 아름다운 것도 아니며, 사람의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돈은 유용한 도구이므로 되도록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사람의 지성과 지혜에 달려 있다.”라고 한다. 『탈무드』에서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셋이 있다. 고뇌, 다툼, 빈 지갑이다. 그 가운데서 빈 지갑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라고 말한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과 훈련으로 누구나 돈을 벌고 성공하여 사회에 기부도 하지만 과학자나 예술가들에게 지원도 해 준다. 여기서 세계적인 과학자, 예술가 등이 배출되니 잘만 운용하면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할 이유나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당하게 돈을 벌고 좋은 일에 쓴다면 황금만능주의는 얼마든지 권장해도 좋은 최고의 교육 정책이 될 수 있다.
만일 황금만능주의의 폐해만 강조한다면 칼이 흉기라며 요리사에게서 칼을 빼앗거나, 자동차 사고로 인하여 많은 인명이 희생된다 하여 자동차를 없애자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효용성 있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다.
비례하지 않는 성과
사회나 교육 현장에서의 관습으로 인하여 인성교육의 ‘시작과 끝’ 전체를 떠안은 기업은 막대한 교육 비용과 시간, 노력 등을 투입한다. 하지만 나타나는 성과는 투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기업의 인성교육 성과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항상 미미하다. 그러다 보니 중요하고 시급한 줄 알면서도 인성교육의 시행을 어렵게 하며 교육 담당자들의 의욕 또한 한없이 줄어든다.
하지만 모든 프로 선수는 단체 훈련 외에 별도로 개인 훈련을 매일 시행한다. 직장인들은 프로이고 학생들은 예비 프로다. 그러므로 주어진 여건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개인의 인성 훈련은 지속되어야 한다.
교육 환경
학교에서 실용성 있는 인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므로 누구나 군대 기간까지 합치면 대략 25~30살이 되어 기업에 취업한 후에야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처음으로 받게 된다. 따라서 인성교육은 마치 25년 이상 왼손잡이로 살아온 사람을 하루아침에 오른손잡이로 고치려는 시도와도 같다. 이론상으로는 매우 쉽지만, 성과를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처럼 시기를 놓친 지금 곧바로 인성의 학습과 반복 훈련에 재도전해야 한다.
『논어(論語)』에서는 “해박한 지식을 갖춘 스승을 만나기는 쉬워도 인격을 갖춘 스승을 찾기는 어렵다.”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인성을 갖춘 교수진 구성이 쉽지 않다 보니 인성교육이 쉽게 시행되거나 대중화되지 못한다.
공자도 나이가 육십이 되어서야 말과 행동이 같아졌다고 하는데 일반 사람이 보통의 노력으로 이렇게 되기는 어렵다. 성공의 습관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스티븐 코비 박사는 국내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전부 실천하기는 쉽지 않으며, 다만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도덕과 윤리에 관한 이론을 가르칠 교수는 많지만, 실용적인 인성교육을 가르칠 교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거나 아예 없을 수 있다. 대학에서 인성교육을 시행하기는 해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인성 훈련은 제식 훈련과 비슷하다. 제식 훈련은 훈련할 과제가 몇 가지 되지 않고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동작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가장 중시하는 과목이며 실제로 해 보면 그렇게 쉽지도 않다. 더욱이 의장대 수준으로 가면 달인의 경지가 된다. 이 과목을 일반 대학교수가 맡아서 가르칠 내용은 별로 없다. 자연히 전술학이나 전쟁사 같은 과제를 곁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인성교육도 훈련이나 성과를 이룬 경험이 없으면 이론 도입이 불가피해진다. 대개 서양의 철학자나 동양의 성현들 말씀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인성교육이 아니라 도덕이나 철학 교육이 되고 만다.
그래서 기업의 인성교육은 어려운 환경을 이겨 내고 사회적으로 일가를 이루거나 성공한 사람의 경험담을 듣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하지만 이들의 희소성과 유명세로 인하여 강사료가 상당히 높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이나 일반 대중은 이들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기업에서도 시간과 비용 모두 문제가 되니 자주 시행하지 못한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 인성 훈련에 먼저 앞장서야 한다. 그러면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의 개선도 쉬워진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이즈음 ‘마음의 근육’을 늘리는 일이니 마다할 이유도 없다.
사회적 관습
인성을 갖추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쉽고 빠르게 성공한다. “성공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는?”이라는 시험 문제를 받아든 학생이 앉아 있는 교실 칠판에 친절하게 ‘인성’이라는 답이 쓰여 있다. 성공한 개인이나 기업인 모두 한결같이 인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틀리거나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교육계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정답을 외면하거나 못 본 체한다. 그리고 인성이 아닌 다른 오답을 적는다.
인간은 부작위 편향(不作爲偏向, omission bias)이 있어 어떤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개인적 피해보다는 어떤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를 비이성적으로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공동체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나서서 잘못을 지적하는 일을 꺼리게 된다. 하지만 자녀나 제자들의 장래를 이런 식으로 다루어서는 정말로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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