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과 글쓰기
| 창의적 글쓰기 가이드 01- 한자를 모르면 틀린 글 쓰기 쉬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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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소통센터2012-02-0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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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글쓰기 가이드 01
한자를 모르면 틀린 글 쓰기 쉬워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글을 못 쓰고, 글을 못 쓰는 사람일수록 글을 잘 쓴다? 모순이지만 맞는 말이다. 역설적인 표현이다. 대개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은 그만큼 정치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또 조심스럽게 발표한다. 그런데 문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발표 울렁증에 사로잡혀 낙서 같은 글을 남발한다. 옷을 벗는 용기가 있어야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서양의 저명한 시인이 말한 바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옷을 벗는 무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 목욕탕에 가서 옷을 벗어야지 길거리에서 옷을 벗으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 의미 없는 책을 펴내 실적으로 자랑하고 가치 없는 글을 써서 함부로 발표하는 것은 길거리에서 옷을 벗는 행위와 같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우리말의 특성을 헤아리는 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 한국어는 교착어라서 허사나 어미의 쓰임이 대단히 중요하다. “얼굴이 예쁘다/얼굴은 예쁘다/얼굴도 예쁘다”는 토씨 하나로 그 의미가 달라진다. 따라서 “저건 뭐야?/저게 뭐야?/저건 또 뭐야?/저게 또 뭐야?”의 차이점은 물론, 어떤 문장이 왜 틀렸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작문 실력을 향상하려면 먼저 우리말 고유의 ‘말맛’과 ‘말결’을 터득하여 이를 살려 쓰는 공부를 해야 한다. 말맛은 어감(nuance)이다. “곤충 같은 인간/벌레 같은 인간/버르지 같은 인간”은 그 말맛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침에 밥 대신 우유를 먹었다”와 “아침에 밥 대신 소젖을 먹었다”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말결은 우리말 고유의 언어관행으로 문맥이나 조응규칙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생선도 결을 따라 손질해야 맛이 난다. 나무도 결을 따라 다듬어야 아름다운 목재가 될 수 있다. “내 발길은 대종로를 걷고 있었다” “동생은 우등생이고 나는 자장면을 좋아한다” “우리 원광인은 신기술과 신사고를 창조한다”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말맛을 살려 말결에 따라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한자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말 어휘의 7할 이상이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국어나 영어는 <사전>이라고 하지만 한자는 <자전>이라고 명명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또 <국어사전>의 ‘사전’과 <백과사전>의 ‘사전’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결국 한자를 알아야 <종교와 원불교> <문화체육관>같은 표현이 왜 어색한지를 눈치 챌 수 있다.
특히 사이시옷의 표기원칙은 한자를 모르면 알 수가 없다. <수돗물/수도세><전셋집/전세방>의 맞춤법상 차이도 한자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사장한테 결제를 받아 수표를 결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고집해서 될 일도 아니다. 따라서 말맛, 말결, 기초 한자 공부가 글짓기의 준비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정영길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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