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과 글쓰기
| 창의적 글쓰기 가이드 03- 좋은 시 많이 외우면 말맛 빨리 느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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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소통센터2012-02-02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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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글쓰기 가이드 03
좋은 시 많이 외우면 말맛 빨리 느껴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암기하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다. 정확한 말뜻과 말맛을 모른 채 어렴풋이 단어를 기억하는 것은 나의 어휘력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어의 소구력(訴求力 )이나 조어력, 이해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말뜻과 말맛을 분명히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는 좋은 시를 여러 편 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옛 사람들은 굳이 시를 짓지 않더라도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가작(佳作)을 많이 외웠다. 한시가 가진 고유의 응집력을 활용하여 뜻이 심오한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좋은 표현이란 결국 말의 맛을 살려 그 결에 따라 적확한 어휘를 골라 함축적으로 뜻을 전달하는데 있다.
따라서 글짓기를 잘 하려면 어감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감수성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말맛을 알고 이것을 느끼는 데는 시 공부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좋은 시를 자주 감상하거나 직접 써 보는 학습 과정을 통하여 그 단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말맛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도 아들에게 무엇보다 시를 즐겨 읽으라고 권했는지 모른다.
문제는 어떤 시를 외울 것인가가 중요하다. 외울 필요가 있는 시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택시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인으로 자처하는 대한민국인지라 좋은 시를 골라 이를 향유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목을 키우려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 일단 닥치는 대로 외워 보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옥석을 구별하는 능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품을 많이 허비하게 되므로 사계의 식견이 있는 이로부터 명시를 추천받아 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서양의 현대시는 물론 한시나 시조를 함께 외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시를 통째로 외우는 것이 좋지만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외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점은 가능한 많이 외워서 시의 바다에 흠뻑 빠져 보는 것이다.
시나 시조의 경우 전편을 외우면 글의 짜임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봄비에 새 잎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를 외우다 보면, 왜 허다한 꽃나무 가운데 버드나무를 시어로 선택하였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또 “아아, 어느 영혼인들 상처 없는 영혼이 있으랴”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아들아, 너는 내가 떨어뜨린 가량잎이야” “눈이 온다 외로움에 대한 폭행마냥 눈이 내린다”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같은 구절을 읊조리다 보면 삶에 대한 비의도 느낄 수 있다.
정영길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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